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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주말은 책과 함께] 지하로부터의 수기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조혜경 옮김/펭귄클래식코리아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가 쓴 '지하로부터의 수기'에는 의식의 지하 세계에 사는 냉소적이고 고립된 한 인간, '지하인'이 두서없이 자신의 삶을 고백하는 내용이 담겼다. 소설 속 주인공은 '인간이 문명 때문에 온순해졌고 피에 덜 굶주리게 됐으며 전쟁을 덜 하게 됐다'는 주장을 정면 반박한다.

 

인간은 자신의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진리를 왜곡하고 보이는 것을 보려 하지 않고 들리는 것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우리 주위에 샴페인처럼 기분 좋게 흘러넘치는 피의 강물이 그 증거라는 것.

 

그는 오늘날의 위대한 영웅 나폴레옹, 영원한 연방인 북아메리카, 우스운 캐리커쳐인 슐레스비히 홀스타인을 예로 들며 문명이 대체 무엇을 평화롭게 해주었냐고 묻는다. 문명은 인간의 내면에 감각의 다양성만을 발달시켰고, 더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주인공은 한탄한다.

 

지하인이 본 인간은 다양성의 발전 뒤에서 천성적으로 쾌락을 추구하는 존재다. 가장 고상하게 피를 흘리게 만드는 이들이 가장 문명화된 자들이라고 주인공은 비판한다. 과거에 인간은 피 흘리는 것 속에서 정의를 발견했고 자신이 처벌해야만 하는 이들을 양심에 거리낌 없이 처벌했다. 오늘날의 인간은 이와 다를까. 주인공은 지금의 우리는 피 흘리는 것을 혐오스럽게 생각하면서도 그러한 일을 여전히 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전보다 더 많이 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고대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는 황금 바늘로 자기 몸종들의 가슴을 찌르고 그들의 비명과 몸부림 속에서 쾌락을 찾는 걸 즐겼다고 한다. 주인공은 기원전 야만적인 시대에서나 벌어졌을법한 일들이 문명화된 현대 사회에서도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은 지금도 핀으로 누군가의 가슴을 찌르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현대의 인간은 야만적인 시대보다 더 명확하게 보는 것을 배우게 됐지만, 이성과 학문이 인간에게 제시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을 터득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이야기한다. 212쪽.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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