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퍼 신고 아이 손잡고 문화공연 향유하고 싶습니다. 동네에서 편하게요" 문래동 주민 A씨의 작은 소망은 산산조각이 났다. 당초 서울시가 문래동3가 일대 공장 부지에 짓기로 했던 '제2세종문화회관'의 위치를 여의도공원으로 옮겨버렸기 때문이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한강 일대에 제2세종문화회관, 서울문화마당 등의 문화예술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는 문래동 부지가 협소해 한강과 가까운 여의도공원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만들기로 했다고 하는데, 땅이 좁으면 위로 쌓아 올리면 될 일이다. 여의도공원 내 제2세종문화회관 디자인 공모를 진행하면서 건폐율, 용적률, 층수 제한을 모두 없앤 시가 아니던가. 이 정도 행정 추진력이면 문래동에 건립하는 것도 문제없다.
사실 건물 크기보다 중요한 건 지역 불균형 해소다. 오 시장이 제2세종문화회관을 세우겠다고 한 여의도동은 여의도공원,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여의도한강공원이라는 3개의 대형 공원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미 생활SOC가 풍부한 곳에 복합문화시설까지 추가로 지어주는 건 특혜이자 차별이다.
문래동에 공원이라 부를 만한 건 문래근린공원 단 하나다. 규모는 2만3611㎡로, 여의도동 내 여의도샛강생태공원(18만2000㎡), 여의도한강공원(148만7374㎡), 여의도공원(22만9539㎡) 총면적 189만8913㎡의 8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시는 제2세종문화회관을 여의도공원에 조성하겠다고 한다. 오 시장이 내세운 시정 비전 '다시 뛰는 공정도시'와도 '동행·매력 특별시'와도 맞지 않는다. 한 마디로 '어불성설과 자가당착의 콜라보'라고 할 수 있겠다.
오 시장은 낙후된 지역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일보다는 이미 좋은 한강을 더 좋게 바꾸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다. 시가 낸 보도자료는 시장이 추진하는 서울시 정책의 방향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되는데, 올 1월17일~5월17일 서울시가 배포한 보도자료 중 제목에 '한강'이 들어가는 자료는 무려 52건에 달했다. 이는 전임 시장 재임 기간인 2020년 1월17일~5월17일 15건과 비교해 약 3.5배 많은 수준이다.
시 예산이 차고 넘치는 게 아니라면 시민들이 지금도 잘 이용하고 있는 한강에 '중복 투자'할 것이 아니라 주거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혈세를 투입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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