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세 김모씨는 최근 건물 청소미화원으로 재취업했다. 3년 전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한 뒤 모아 놓은 재산과 연금을 받으며 노후생활을 하려했지만, 막내아들의 학비를 지원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한 지 2년이 넘은 막내아들은 취업이 어려워지자 대학원에 입학했다. 김모씨는 "은퇴할 때는 재취업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아들취업이 늦어지면서 학비에, 주택담보대출, 또 생활비까지 더해져 지출해야 할 금액은 자꾸 커지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60대 이상 인구 10명 중 3.5명은 소득 하위 20%에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생의 제2막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지만 은퇴시기는 빨라지고 자녀교육과 노후준비는 늦어지면서 빈곤한 6070세대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60대 이상 소득하위 20%에 가장 많아
17일 메트로신문이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로 연령별 소득분위를 분석한 결과 60세 이상 인구 중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비율은 35.62%에 달했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소득 하위 20%에 가장 많이 몰려 있다.
문제는 6070세대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지나며 대출상환부담이 늘고 있다는 것. 은퇴 후 소득은 줄었는데 재산은 집에 묶여 있고, 갚아야 할 대출금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자료를 토대로 연령대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구간별 차주 및 대출 잔액을 봤더니, DSR이 40%대 이상으로 비교적 높은 차주 비중 가운데 60~70대 이상의 경우는 4.3~12.7%였다. 30~50대 (5.2~12.3%)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이에 반해 이들이 보유한 대출 잔액 비중은 60대(DSR 40% 이상)가 41.8%, 70대 이상이 44%로, 30~50대(20~30%대)보다 높았다. DSR가 높은 차주 가운데서도 60대 이상의 소득 대비 대출잔액이 30~50대보다 상대적으로 많다는 의미다. DSR은 연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의 비율로, 가령 DSR가 40%라는 건 연소득 5000만원일 때 원리금 상환액이 연 2000만원을 넘을 수 없단 뜻이다.
◆ 파산자수 증가
여기에 이들이 일하던 일용직까지 사라지면서 대출의 질은 나빠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60세 이상 인구의 신용대출 증가율은 2금융권에 몰렸다. 지난 2021년 말 은행권 신용대출 총액은 22조3662억원으로 2019년 말(18조3862억원)과 비교해 21.7% 증가했다. 반면 2금융권의 신용대출 총액은 22조6325억원에서 28조2413억원 증가해 총 24.8% 늘었다. 1금융권에서 대출을 이용하던 이들이 대출이 거절돼 고금리인 2금융권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갚을 능력에 비해 빚규모가 커지면서 금융채무불이행자도 급격히 늘고 있다. 60대 이상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2015년 7만3282명에서 2019년 11만8202명으로 4만5000명 가까이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금융채무불이행자 수는 87만3938명에서 83만7767명으로 줄었다.
6070세대의 파산자수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2021년까지 개인파산을 신청한 60대는 1만3680명, 70세 이상은 355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파산이란 채무자가 채무를 갚을수 없는 파산상태에 빠졌을 때 법원의 파산선고를 총 재산에 한해 채무를 갚도록 하는 제도다. 정기소득이 없고, 경기악화로 이들이 일하던 일용직 자리가 사라지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권흥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60대 이상 차주의 소비 여력 감소는 잠재적 빈곤층 전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퇴직 후 재고용 등을 통해 주된 일자리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해 축적된 인적자본의 효율적 활용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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