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정점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생각에는 전반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한 뒤 이 같이 말했다. 지난해부터 주요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 물가의 둔화속도에 차이가 있겠지만 금리인상은 정점에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지난 19일(현지시각) 리서치 컨퍼런스에 참여해 오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생각했던 것 만큼 인상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며 "이만큼 멀리 왔으니, 지금은 데이터 전망치의 변화를 살펴보고 조심스럽게 평가할 만한 여유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물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이 이처럼 말한 배경에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외신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월 미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해 4.9% 올랐다. 올해 1월 6.4%에 달하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대에 진입한 것이다.
다만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가늠하는 척도로 사용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 3월 기준 PCE 물가지수는 4.2%로 전달 대비 0.1% 상승했다.
여기에 고용시장은 강세다. 고용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의 비농업일자리는 25만3000개로 증가했다. 지난 3월 증가폭(16만5000개)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실업률도 3.4%를 기록해 1969년 이후 5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통상 일자리가 증가하고, 실업률이 줄어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면 임금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임금상승이 또다시 물가상승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아직 금리동결에 명분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 미국, 하반기 경기침체 우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파월의 대답이 경기침체를 우려(예상)한 발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미국은 부채한도가 31조3810억 달러로, 지난 1월 19일 한도를 넘긴 상태다. 추가로 국채로 발생할 수 없게 된 재무부는 공공분야 투자를 미루거나 정부보유 현금을 활용해 급한 곳부터 돌려 막는 조치로 디폴트(채무불이행)사태를 피하고 있다.
내달 1일까지 예산협상이 결렬돼 디폴트사태가 1분기 동안 이어질 경우 증시는 45% 폭락하고, 국내총생산(GDP)는 6.1% 감소한다. 일자리는 830만개 줄면서 실업률은 5%포인트(p) 오를 수 있다.
여기에 고금리로 소비는 둔화하고, 지난 3월부터 발생한 은행위기 여파에 따라 은행 대출은 까다로워진 상태다. 지난 3월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회의 참석자는 올 하반기 미국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있으며, 내년초부터 실업률이 상승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금리인상을 잠정적으로 중단해 경제활동과 고용을 둔화시킬 여지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 한은, 오는 25일 성장률 하향 전망
우리나라도 경기침체의 그늘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7%로 올해 1월(5.2%)에 비해 대폭 둔화됐다. 다만,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되고, 하반기에는 교통요금인상까지 예정돼 있어 물가가 크게 떨어지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에 따른 수혜도 미미하다. 현재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이연수요는 내수중심으로 회복되고 있고, 반도체 등 IT부문 수출은 부진한 상황이다. 또 중국이 한국에 대한 단체관광을 불허하면서 여행수지 등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하반기 미국의 경기침체로 하반기 수출부진이 지속되고, 고금리에 따른 기업들의 비용 부담, 가계의 소비 여력 약화, 부동산시장 불안 등이 더해져 내수부진이 심화되면 성장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도 오는 25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예정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우리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제시한 뒤 올해 2월 1.6%로 낮췄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4월 회의 직후 의결문에서 "올해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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