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유형은 일반적으로 4가지로 분류된다.
▲똑똑하고 부지런한 지도자(똑부):명석한 두뇌에다 투철한 충성심, 그리고 성실함까지 갖추고 있는 제갈량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그를 따르는 부하들을 피곤하게 하는게 '옥에 티'다.
▲똑똑하고 게으른 지도자(똑게):두뇌 회전이 빨라서 상황 판단이 정확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다. 조조 같은 인물이다. 때로는 전격적으로 행동하지만 웬만한 상황은 무시할 줄도 안다.
▲멍청하고 부지런한 지도자(멍부):늘 무언가를 열심히 시키고 또 열심히 하지만 성과나 실익이 없다.
▲멍청하고 게으른 지도자(멍게):자기 업무 외의 상황에 대해선 제대로 모르는데다가 굳이 알려고도 안하다. 뭘 더 특별히 하지도 않으니 큰 사고를 칠 가능성도 낮다.
새삼스레 리더십을 거론하는 것은 다음 달 7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 원장에 앞서서 14명의 원장이 금감원을 거쳐갔지만 이 원장외에는 '똑부'와 '똑게' 두가지 리더 유형을 함께 갖춘 원장은 없었다. 지금까지 최고로 평가받는 1대 이헌재 금감위원장 겸 금감원장, 5대 윤증현 금감위원장 겸 금감원장도 전형적인 '똑게' 스타일이란 점에서 이 원장은 새로운 유형의 리더라 할 수 있다.
1년 전 이 원장은 금감원 설립 이래 최초로 검찰 출신으로 입성했다. 정치권과 금융권은 발칵 뒤집어졌다. 그가 관료나 금융계, 학자 출신이 아닌 특수통 검사라는 점, 또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통하던 실세 인물이라서다. 이 원장이 공인회계사(CPA)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검사로 줄곧 경제 금융 범죄를 담당해왔지만 금융 디테일에 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우려를 낳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1년을 맞는 지금, 이 원장이 받아든 성적표는 'A+'를 받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취임 후 주가 조작 혐의 대상인 에디슨EV와 에디슨모터스 '패스트트랙' 이첩, 불법 공매도 문제, 금융회사 지배구조, 금융사고 및 내부통제, 은행 이상 외화송금, 레고랜드와 흥국생명의 회사채 사태, 자산운용사 비정상관행거래, 전세사기 총력 대응 등 금융시장 주요 현안에 신속하고 빠른 결단력으로 시장을 빠르게 안정시켰다.
필요시 금융당국의 '빅스피커' 역할도 자처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가 40조원의 이자이익을 올렸다며 눈치없이 성과급과 명퇴금 파티를 벌이자 '약탈적'이라는 강한 표현을 쓰면서 "은행이 상생을 외면한 채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면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고 금융권에 쓴소리를 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을 의식해 라임펀드 판매와 관련한 금감원 중징계에 대해 불복 소송 움직임이 있자 "손 회장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단축됐던 은행의 영업시간과 관련, 금융노조가 정상화를 반대하자 강력 대응을 표명해 '백기'를 들게 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3일에도 "금감원장의 직을 걸고 주가조작 세력과 전쟁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시장에 직설적 메시지 전달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등 경제 금융 수장급 뿐 아니라 내부 직원, 금융권과의 꾸준한 소통도 방식이나 진정성면에서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비리와 부정, 불통으로 금감원과 시장을 무너뜨렸던 지난 정부의 민간 출신 원장들과 비교하면 이 원장의 지난 1년간 족적은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새삼 상기시키고 있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초심'만 잃지 않는다면 성공한 인사로 금감원과 금융권에 각인될게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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