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금융통화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다만 이들은 최종금리 인상 수준을 3.75%로 잡았다. 소비자물가가 예상한 대로 둔화되고 있지만, 근원물가의 둔화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판단에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통화결정방향 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6~7월 국제유가가 급격히 상승한 영향으로 올해 상당 폭 낮아진 뒤 높아져 연말에는 전망치(3.5%)에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근원물가의 경우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 등으로 예상치(3.0%)를 상회하는 3.3%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원물가는 일시적 외부 충격에 의해 물가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한 지수로서, 장기적이고 기초적인 물가추세를 살펴볼 수 있는 지표다. 근원물가 둔화속도가 더딘 만큼 기준금리를 현재수준에서 유지한 뒤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 상저하고 패턴, 한 분기 정도 연기
이날 한은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1.4%로 낮췄다. 지난 2월 1.7%이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조정한 뒤 또 다시 낮춘 셈이다.
이 총재는 "이번에 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IT와 반도체 경기의 회복이 지연됐기 때문"이라며 "또 중국경제의 회복속도가 (예상보다) 조금 느리고, 회복하더라도 내수 중심이다 보니 주변국들에게 전파되는 긍정적 효과가 제한적인 면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IT·반도체 경기와 중국 경제 회복에서 받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만 제외하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8% 수준을 유지할 수 있지만 경기회복, 파급효과 등이 부진해 1.4%로 낮췄다는 설명이다.
상반기보다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더 높아진다는 상저하고(上低下高)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 분기 정도 밀리는 면은 있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성장률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우리가 생각하는 1.4%의 성장률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현재 선진국의 평균 성장률이 1.3%대"라며 "제조업 중심, 특히 에너지 수요가 많은 국가에서 이 정도의 성장을 두고 비관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 하반기 반도체 경기와 중국경제가 회복되면 1.4%에서 더 오를 수도 더 내릴 수도 있다"고 했다.
◆ 저출산·고령화로 이미 '장기저성장 국면'
이 총재는 또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장기 저성장 구조에 처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진정된 뒤 장기 저성장의 환경이 도래할 가능성에 대해 논의가 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미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해 장기 저성장 구조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와 있는 현실로 보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발간한 '2022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인구는 5163만명으로 2020년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하고 있다. 여성 한 명이 낳는 평균 자녀수는 0.78명으로 전년 대비 0.03명 감소했고,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인구의 17.5%를 차지했다. 인구구조의 변화로 고령층은 늘어나는 반면 일할 사람은 감소하고 있어 이미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의 문제는 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해당사자 간 사회적 타협이 어려워 진척이 안되고 있다"며 "특히 논의할 때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 모든 논의가 되고 있어 한발짝도 못나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사회적 타협이 안되는 부분을 재정당국과 통화정책 등의 단기정책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이다"고 했다.
◆ 성장률 하락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
이날 이 총재는 금리인하 국면에 들어갈 때 가계부채 등 전체 부채 문제는 주요사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가계신용 누증 리스크 분석과 정책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80%를 넘어설 경우 장기뿐 아니라 단기적으로도 성장률 하락과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한국의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 105.1%다.
이 총재는 "현재 가계대출의 경우 1분기에는 떨어졌지만 5월을 보면 상승하는 추세에 있다"며 "취약계층을 도와주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선 필요한 부분이지만 중·장기적인 면에서 보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경기가 잠재성장률보다 아래에 있고, 이자도 3%p까지 오른 수준이기 때문에 다시 부동산이 과열되거나 불안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금리인하 국면에 들어갈 때는 중·장기적으로 가계부채 등 부채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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