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국 옆에 있기 때문에 중국이 고도 성장할 때 긍정적인 효과를 많이 받을 수 있지만 중국이 하향안정화 될 때 (부정적인 효과도) 많이 받는 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이후 많은 구조조정을 통해 대기업도 어려움을 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 고도 성장하면서 (우리나라의) 구조조정 시간을 10년 정도 늘려줬다. 중국 성장이 낮아지면 주변국은 분명히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16년 8월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으로 재직할 당시 한국고등교육재단 강연에서 한 말이다.
지난 22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재위 현안 질의에서 "중국 수출이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은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중간재 상품을 중국기업이 굉장히 많이 생산하기 시작해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몇 십년간 중국 특수로 얻은 많은 혜택이 이제는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다시 한 번 경쟁력을 강화할 때다"라고 했다.
◆ 중국경제 성장률 하향시, 우리경제 타격↑
이 총재가 지속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말하는 배경에는 중국 경제성장률이 하향 안정화될수록 우리나라 처럼 대중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영향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1분기 기준 44억6000만달러 적자다. 경상수지는 국가간 기업이나 정부가 재화와 서비스를 외국과 거래한 결과로 수입과 지출의 차액을 말한다. 수출로 벌어들이는 비용보다 수입으로 사는 비용이 늘면서 적자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수출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시장에서의 판매 감소다. 한국무역협회의 무역통계에 따르면 1분기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비중은 19.5%로 중국 수출비중이 20%이하로 떨어진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중국에 가장 많이 수출했던 반도체의 경우 물량과 단가가 동시에 하락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금액은 지난해 4분기 24.5% 감소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39.2%, 4월 -40.5%로 감소폭이 커졌다. 중국이 국내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자국산 제품 사용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 반도체, 자동차·AI 등 수요처 다분화해야
한은은 29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우리나라 반도체 수요구조의 특징 및 시사점'을 통해 반도체 중 '비메모리' 부문 중심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경기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비메모리 반도체는 경기변동의 영향을 작게 받는다. 현재 우리나라의 메모리 반도체 수출비중은 56%, 비메모리 반도체 수출비중은 44%다. 지금까지는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로 데이터 센터에 대한 투자와 팬데믹 기간 재택근무 확대 등으로, 서버용 D램 등의 매출이 증가했지만 앞으로는 모바일에 사용되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가격 변동성의 비메모리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자동차, 인공지능(AI) 등으로 수요처를 다변화해 반도체 경기 진폭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은행은 한미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다각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미국은 지난해 10월 이후 첨단 반도체 생산장비에 대해 대중 수출을 금지하고, 반도체 지원법을 통한 보조금 수혜기업의 중국내 설비확장도 제한하고 있다. 중국도 미국기업이 생산한 반도체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상태다.
한은 관계자는 "미중 갈등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 투자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영향을 다각적으로 점검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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