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세대는 자타공인 이른바 'MZ세대' 2030세대다. 시장에서 가장 큰 구매력을 가진 세대는 직장 생활 20년이 넘은 4050세대여도, 트렌드를 선도하는 세대는 2030세대다. 이들의 관심사와 취향, 문제의식은 전 세대에까지 영향을 끼쳐 이들만 쫓아가면 모두 '돈'이 된다. 때로는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심각한 문제들이 이들 세대의 움직임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선택과 집중' 점심에는 편의점 김밥 한 줄, 저녁에는 '오마카세' 최고급 초밥
지난해 6월 처음 등장한 '런치플레이션'은 점심(Lunch)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점심 식사 비용의 증가와 부담감을 뜻한다. 이때 큰 주목을 받은 게 편의점 도시락과 대형마트의 즉석식품(델리)였다.
편의점 CU가 지난 1월1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간편식품 판매 동향을 분석한 결과 판매량 1위는 3000원을 넘지 않는 김밥으로 나타났다. 2위는 그보다 저렴한 삼각김밥이었으며, 한 끼 든든히 채울 수 있는 도시락이 3위를 차지했다.
특히 20대가 밀집한 대학가에서 집중적으로 현상이 나타났는데, 대학 중간고사 기간이던 4월 대학가 점포의 김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9.9% 뛰었다. 런치플레이션의 대안으로 편의점이 떠올랐지만 그 속에서도 주목 받은 것은 '가성비'가 가장 뛰어난 김밥으로, 결국 '가격'이 외식의 가장 큰 조건이라는 분석이다.
점심으로 김밥 한 줄을 먹던 2030세대지만, 20만원에 달하는 돈을 미식으로 쓰는 것 또한 2030세대다.
'오마카세/파인다이닝'으로 대표되는 고급 레스토랑 미식 문화는 팬데믹 기간 중 본격화한 2030세대의 문화 중 하나다. 한 끼에 10여 만원이 드는 고급 미식문화를 즐기는 이들은 놀랍게도 앞서 점심으로 김밥을 먹던 2030세대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가장 많은 국내 오마카세/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예약을 제공하는 레스토랑 예약 앱 '캐치테이블'을 이용하는 고객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25세~34세다. 전체 고객 중 76.32%를 차지한다. 그 다음은 35~44세가 10%, 18~24세가 8.5% 수준이다.
편의점 깁밥과 오마카세 문화를 두고 비합리적인 소비로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허세와 과시적인 SNS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선택'과 '집중'이라고 설명한다. 2030세대의 소비문화에서 향수나 지갑 등을 사치품으로 구매하면서도, 동시에 가전 등은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서 구매하는 식의 양면적인 소비가 전반적으로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평소에는 아껴써서 모은 돈으로 한 번씩 '플렉스' 하면서 일종의 만족감을 얻는 것"이라며 "과소비라기보다는 젊은 세대가 힘든 생활 속 고육지책으로 나름 방법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고가 외식뿐 아니라 작은 명품을 한번씩 사는 등 다른 소비 문화로도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내가 구입한 이유는 '돈쭐내려고' … 돈 써서 보여준다
'가치소비'란,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나 신념에 부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행위를 뜻한다. 자신의 가치관을 실현시켜줄 기업의 성장을 위해 손해를 무릅쓰기도 한다. 다양한 사회적인 문제를 자신의 소비를 통해 나타낼 수 있는 가치소비는 최근 전 세대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인데, 특히 2030세대의 가치소비 방식이 주목 받는 것은 이들이 더욱 직접적인 형태의 가치소비를 하기 때문이다.
롯데멤버스가 지난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60대 남녀 1500명 중 83.5%에 달하는 사람이 '가치 소비 활동을 했다'고 답했다. 다만, 2030세대와 다른 세대간 가치소비 방식은 상이했다. 2030세대는 '돈쭐내기' 등으로 불리는 특정 기업 상품 구매와 기부상품, 비건상품 구매 등 직접적인 소비를 통한 가치소비가 활발한 반면, 40세대 이상의 가치소비는 '보이콧'과 제로웨이스트, 플라스틱 프리 등 구매 이후 활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가치소비 제품 구매 연령대 비중 또한 2030세대가 21%로 40세대 19%, 5060세대 16%보다 높게 나타났다.
2030세대의 가치소비 현상은 유통가에서 자주 포착된다. CJ올리브영은 지난 2020년 6월 자체적으로 기준을 만들어 건강한 성분과 환경 보호를 위한 활동을 이어가는 뷰티브랜드를 '올리브영 클린뷰티' 브랜드로 선정하고 있다. 첫해 12개 브랜드로 시작한 클린뷰티 브랜드는 지난해 40개를 넘겼고 누적 매출 5000억 원을 돌파했는데, 올해도 3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CJ올리브영은 "코로나19 이후 환경과 윤리적 소비가 주요 가치로 부상하면서 건강과 환경을 함께 생각하는 클린뷰티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며 "친환경 활동이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노력을 하는 신진 브랜드를 지속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2030세대에서 나타나는 가치소비 현상이 생각 이상으로 기업에 큰 압력을 준다고 밝혔다. 그는 "2030세대들은 자신이 왜 사야하는지, 왜 안 사는지 객관적인 근거를 통해 납득 한 후에 결정하기 때문에 많은 경우가 합리적인 편이다. 또 온라인 문화에 익숙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실을 알리는 데에도 적극적이어서 파급력도 어마어마하다"며 "정치, 노동, 사회, 문화, 성별, 환경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이들의 가치소비가 발동하기 때문에 실무부서들이 신경쓰는 영역이 점점 넓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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