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트램과 시내버스가 함께 다닐 수 있는 혼용차로가 깔릴 예정이다. 트램도, 혼용차로도 국내 최초다. 혼용차로가 생기면 트램에서 버스로 환승이 가능해지고, 교통 혼잡도 해소된다. 무엇보다 탄소를 내뿜는 자동차를 줄일 수 있어 친환경적이다. 2030년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우리나라로서는 고령층이 쉽게 탈 수 있는 미래형 교통수단이다. 그런데, 넘어야 할 장애물이 한, 둘이 아니다.
현행 법상 트램과 버스 등 자동차가 함께 다닐 수 없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트램은 전용차로로 통행해야 하고, 자동차는 전용차로를 다녀서는 안 된다. 경찰청은 트램과 자동차가 함께 다니면 교통사고가 우려된다는 검토의견서를 냈다.
트램 관련 불합리한 경제성 평가 기준도 문제다.
트램 전용차로를 놓으려면 최소 2개 차선이 필요하다. 그만큼 자동차가 다닐 도로 폭이 좁아져 교통혼잡비용이 커진다. 사업성만 보면 트램과 자동차가 함께 다녀야 수익이 나는데, 현행 법상 관련 규정이 없어 불가능하다.
트램 도입에 앞서 도로교통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21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전 도시철도 2호선인 트램 개통을 위해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트램과 시내버스가 함께 다니는 혼용차로 설치가 골자다. 하지만, 개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 심사조차 받지 못했다.
미국의 사회학자 W.F.오그번은 1922년 저서 '사회변동론'에서 '문화지체'란 개념을 처음 언급했다. 인간의 법과 제도 등이 과학 기술의 발달을 따라가지 못 하는 것을 꼬집었다. 차세대 교통수단인 트램이 후진적인 교통 법과 제도로 잠자고 있는 전형적인 문화지체 현상이다.
트램 앞에 놓인 '허들'을 제거하려면 보다 세밀한 법과 정책이 필요하다.
트램이 좁은 도로의 원도심을 지나는 특성상 버스와의 혼용차로를 허용하면서도 폭이 넓은 곳에는 전용차로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물론, 혼용차로에는 트램에 통행 우선권을 줘야 한다.
한 교통전문가는 "트램이 기존 도로를 점유하면서 승용차에 대한 경쟁력을 깎아 편익비용이 마이너스가 된다는 발상 때문에 트램이 사업성 관련 예비타당성을 넘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트램은 1887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됐다. 암스테르담, 베를린 등 유럽은 트램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 중세시대에 형성된 좁은 도로로 만성적인 교통정체에 시달리던 구도심을 트램과 버스가 다니는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했다. 이후 교통혼잡 해소는 물론 관광상품으로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가 됐다.
반면, 한국에는 트램이 1899년 서울 서대문과 청량리 사이 개통됐다 1968년 운행이 중단된 후 도로 위에서 사라졌다.
대전시가 트램의 부활을 알렸다. 그 전에 '문화지체' 극복이 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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