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동시에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을 겪고 있지만 주요국 통화정책은 제각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일한 외부가격 상승 압력에도 각국 상황에 따라 소비자물가 수준이 다르고, 물가잡기보다 경기부양이 더 시급한 국가도 있어서다.
1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3.75%에서 4.0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지난해 7월 이후 8회 연속 인상이다.
◆ 유럽 '물가안정'에 방점
유럽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이유는 물가상승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크리스틴 라가르드 ECB총재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낮아지고 있지만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플레이션이 적시에 목표치(2%대)를 달성할 수 있게 하기위해 금리인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재 유로존, 유로화를 사용하는 20개국의 소비자물가를 살펴보면 1년전과 비교해 6.1% 상승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0%를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식품, 주류, 담배가 2.54% 오르고, 서비스가 2.15% 상승했다. 지난 5월 식량가격지수는 124.3포인트(p)로 2021년 4월(122.1p)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처리·포장·수송·보관 등 일련의 공급망 관련 비용이 식품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임금도 한몫했다. 지난해 유로존의 평균임금은 1년전과 비교해 5.2% 올랐다. 물가에 의한 생활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이 임금을 올린 부분이 추가적인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중국 '경기부양' 초점
반면 중국은 기준금리를 인하한다.
지난주 인민은행은 1년 만기 중기유동성창구(MLF) 금리를 기존 2.75%에서 2.65%로 0.10%p 인하했다. MLF금리를 낮춘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만이다. 통상 인민은행은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낮추기 전 MLF 금리를 조정한다.
중국이 이처럼 금리인하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경제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5월 중국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2.7%, 3.5% 늘어났지만 시장 예상치를 모두 하회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 기준 금리를 동결한 것도 중국이 통화정책을 완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중 금리 차 확대에 따라 올해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계속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했다.
◆ 물가상승, 기초체력 떨어뜨려
전문가들은 국가간 제각각 행보가 경제전망을 불확실하게 만들고 인플레이션 억제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2016~2018년) 국가간 금리격차가 확대됐을 당시 파급효과는 미미했지만 현재 물가상승이 장기화되고, 경기침체까지 동반하는 스테크플레이션이 확대되고 있어 예상을 벗어날 수 있다는 평가다.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3%로 시장 전망치(2%)의 절반수준을 기록했다. 3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 가긴 했지만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함께나타나는 스태그플레 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4월 세계경제성장률을 1월 2.9%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경제기초체력은 과거 대비 크게 강화된 상태"라면서도 "과거의 사례와 달리 글로벌 물가상승 압력이 고착화돼 있고, 선진국의 통화정책변화가 단기간 내 동반긴축 방향으로 동조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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