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집주인이 전세금을 내주기 위해 받은 대출이 4조원을 넘어서면서 역전세(전세가격이 매매가보다 높아 보증금 미반환 위험 발생) 대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선 대출규제를 받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달리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은 경우 적은 투자금액으로 주택구입이 가능해 경기침체시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70%를 넘는 경우 집값하락에 따른 역전세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것. 일각에선 급증한 전세자금대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과 한국주택금융공사(HF)에서 신규로 취급한 전세보증금반환 대출은 약 4조6934억원으로 집계됐다.
4대 은행이 올해 1∼5월 신규로 취급한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은 약 2조6885억원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조6966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HF에 따르면 5월말 기준 임차보증금 반환용 특례보금자리론 유효 신청액은 2조49억원으로, 지난해 연간의 2.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임차보증금 반환목적 보금자리론 공급액이 8002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전체 공급액의 약 2.5배 넘는 금액이 올해 5개월 만에 신청된 셈이다. 유효신청액에는 이미 실행된 건과 심사 중인 건이 포함되는데, 심사 중인 건의 경우 실행까지 평균 1∼2개월 정도 걸린다.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이 증가한 이유는 전세 시세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이른바 '역전세' 문제가 심화하면서 하락분을 감당하지 못하고 빚을 낸 집주인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7월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전셋값을 한꺼번에 받으려는 집주인들로 인해 가격이 폭등했다가 지난해 금리 인상으로 가격이 급락하면서 역전세난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올해 초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하면서 자격 요건을 완화했는데, 최근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운 집주인이 특례 보금자리론을 적극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DSR을 완화해 전세보증금반환대출의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를 검토 중이다.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0조원 상당이 역전세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본다"면서 "집주인이 전세 차액을 반환하는 부분에 한해 대출규제를 완화해 집주인이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전세자금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 포함하고 전세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최근 '전세제도의 구조적 리스크 점검과 정책제언'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전세사기 대책은 주로 피해자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전세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을 파악하고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선방안으로는 ▲전세 제도 관련 금융 시스템 개선 및 보증보험 강화 ▲임대인 신용 정보 제공 ▲기업형 임대사업 확대 등을 제시했다. 특히 전세자금대출로 인한 유동성 증가가 주택가격 왜곡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전세자금대출을 DSR에 포함시키고,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70% 이상인 주택에 대해서는 전세자금대출을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주택 가격이나 주택 수에 따라 대출에 제한을 두는 등 선의의 임대인을 가리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KB경영연구소 강민석 부동산연구팀장과 손은경 선임연구위원은 "전세시장은 향후에도 지속적인 임차유형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전세거래의 투명성 제고와 정책적 보완, 안정적인 시장 참여자 확대 등 다양한 정책적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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