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은 '공정 수능'을 두고 교육계 안팎에서 파장이 거세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불과 다섯달 남겨둔 상황에서 시험 출제 방향과 난이도 등에 변화가 생길 전망이기 때문이다. 당정은 '공정한 수능'에 대한 원칙을 분명히 했다는 입장이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수능을 다섯 달 앞두고 혼란만 부추겼다는 우려가 나온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의 제도와 정책은 장기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본지가 이번 사태 배경과 교육계 안팎의 목소리, 나아갈 방향을 상중하로 나눠 짚어본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 수능' 발언에 이어 교육 당국이 공교육 정상화 방안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출제하지 않는다고 발표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수능을 다섯 달 앞두고 '변별력 저하' '물수능 우려' 등으로 번지며 혼란을 불렀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정은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지만, 사교육 근본 원인이 '킬러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서 당국이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킬러 문항'발언에 물러난 교육부 국장·평가원장…현장은 '대혼란'
이른바 '킬러 문항'은 오는 9월 수능 모의평가 때부터 제외될 전망이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국회에서 19일 '학교 교육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수능 킬러문항 출제를 배제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공교육 과정 밖 수능 출제 배제' 원칙을 지시한 지 나흘만의 발표다. 윤 대통령은 "(킬러 문항 출제는)수십만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행태"라며 "약자인 아이들을 갖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16일에는 대입 담당 국장을 임명 5개월 만에 경질한 데 이어, 19일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규민 원장까지 전격 사퇴했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물론 입시계의 우려는 되레 커지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이사는 "평가원에서는 이미 지난해와 달리 코로나로 인한 학력 저하에 대한 점을 인식하고 EBS 체감연게를 높이겠다는 출제방침을 이미 발표한 상태였다"며 "오는 28일 있을 지난 6월 모의평가 결과 발표를 앞두고, 약 8만명 이상의 반수생이 현재 학력 측정이 되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이 시점에서 굳이 수능 난이도에 대한 새 가이드가 제시된 것은 수험생에게 또 다른 혼란"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안양시 고교 3학년 학생 A씨도 "곧 수시 원서를 접수해야 하는데 수능 유형 변화에 따른 최저등급도 걱정되고 불확실성만 커졌다"며 "수능 준비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같은 학교 수험생 B씨도 "사교육 경감 대책으로 내놓은 게 킬러 문항 배제라는 데 공감할 수 없다"며 "킬러 문제 때문에 학원을 가는 게 아니라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에 가기 위해 학원에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 '변별력' 저하 시 최상위권 학생에 치명타…"입시 컨설팅 받을 판"
사교육 경감 대책 일환이라는 정당 목표와 달리 단기적으로 사교육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능 실전 테스트인 6월 모평이 끝난 시점에서 새로운 출제 방향이 제시된 셈이기 때문이다.
한 입시 전문가는 "정시를 대비하는 수험생은 9월 모평을 기준으로 정시 응시 대학을 정하게 되는데 변별력이 저하될 경우 최상위권 학생은 그간 마련해둔 대입 로드맵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라며 "입시 컨설팅 같은 또 다른 사교육에 의지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킬러 문항'이 존재하지 않는 수능만으로는 사교육 경감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능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사교육 지출 비중 1위 과목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2년 초·중·고교 사교육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교육을 받는 학생 중 과목별 사교육비 지출은 영어가 23만6000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수학(22만원) ▲국어(13만7000원) 순이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정권마다 입시 정책 기조가 바뀌는 분위기에서 당장 수능에서 킬러 문항이 사라진다고 해서 아이가 다니는 영어·수학 등 사교육 비중을 줄이겠다는 학부모는 주변에 없다"며 "일관적이지 못한 교육 정책이 오히려 학부모 불안감을 자극해 사교육 의존도를 높인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21일 '학교 교육력 제고 방안'을, 27일에는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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