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청년들의 만남을 주선하겠다며 '서울팅'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서울팅은 만 25~39세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취미 동호회를 운영해 자연스러운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내용의 사업이다. 시가 올해 250여명 만남 알선에 투입하려 했던 예산은 8000만원.
지난 13일 열린 제319회 서울시의회 정례회 시정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강산 서울시의원이 서울팅의 문제점을 지적하려 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비판 기사도 있고 해서 한번 들여다봤다. 깊이 들여다본 후 저는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며 "미혼 여성들의 경우 이성 교제를 함에 있어서 첫 만남에 부담과 불안감을 느낄 때가 있다고 한다. 저희가 서울팅을 하게 되면 범죄경력조회서 등으로 신분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언론과 여론의 반응이 냉소적이라고 꼬집었고, 오 시장은 "재직증명서나 혼인관계증명서 등으로 최악의 경우를 막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할 것이다"며 서울팅 사업 추진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정책 당사자인 청년 남성들은 "남자를 잠재적 성범죄자로 보는 거냐"며 발끈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시는 서울팅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저출생 해결책이 소개팅이라니, 빈곤한 상상력에 황당함을 금치 못하겠다. 남녀가 만날 기회가 없어 출생률이 낮냐?"며 "높은 집값, 출산과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 보육 공백과 교육비 부담 등을 해소해 결혼하고 아이 낳을 환경부터 조성하는 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라고 일갈했다.
이에 시는 16일 대변인 논평을 내고 "민주당은 작은 나무만 보지 말고 서울시의 저출생 대책이라는 큰 숲을 보라"고 맞받아쳤다.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게 누굴까.
시민들은 "소개팅이 문제가 아니라 경제가 핵심이다. 돈 없는데 무슨 결혼을 하냐? 비정규직의 80%는 결혼 못 한다. 왜? 돈이 없어서!", "언제부터 매파 노릇까지 했냐, 사회의 각종 비현실적인 부분이나 개선하라", "동물원 짝짓기 합사도 아니고 붙여만 두면 애 깐다고 생각하는 게 레전드다"는 등의 의견을 냈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2030세대가 거지방에 모여 한 푼이라도 아낄 방법을 궁리하고, 생활비가 없어 전당포를 찾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는 기사가 연일 쏟아지는 마당에, 큰 숲을 보지 못하고 동족방뇨식 정책을 내놓은 게 누구인지 오세훈 시장은 자문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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