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A학교에서 학생부에 B학교 학급 명단이 노출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창을 다시 열어도 같은 현상이 반복됐다. 서울 C고교에서는 3학년 확률과 통계 성적을 출력했더니 미적분 점수가 출력됐다. D학교에서는 같은 학교 다른 반 수행평가 결과가 검색됐다.
시험 답안이 유출되기도 했다. 교육부가 긴급히 일선 학교에 문항을 변경하라고 공문을 보냈고 일선 학교에서는 기말고사 출제를 다시 하는 소동을 빚었다. 기말고사 일정을 연기하는 학교도 나왔다.
교육부가 지난 22일 개통한 4세대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대한 얘기다.
나이스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초·중·고 1만2000여개 학교 학생 성적과 생활기록, 교원 인사정보 등을 입력·관리하는 일종의 네트워크다. 시험 답안지 입력과 출력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학사행정의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는 셈이다.
교육부는 이를 2020년 9월부터 2824억원을 들여 다시 개발했다. 2002년 11월 도입된 이래 세 번째 개편이다. 고교학점제와 교육과정 개편 등 새로운 교육 정책과 태블릿·스마트폰 등 이용환경 변화를 반영하고 아날로그 방식으로 처리되던 출결과 성적 입력 등을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혈세 수천억원을 들여 마련한 나이스는 개통 첫날부터 접속이 안 되는 장애를 빚더니 계속되는 학사 일정에 파행을 겪는 학교가 속출하고 있다.
학교 일선의 교사들은 이런 사태를 예견했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6월에는 나이스 시스템 교체 시기로 적절하지 않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때 진행되는 시험과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이 초등교사 19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학기 중인 6월 나이스 개통'에 교사 97.1%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응답자 94.5%는 교육부가 4세대 나이스 도입에 앞서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학교가 가장 바쁠 때인 기말고사를 코앞에 두고 새 시스템을 개통하며 발생한 이번 사태는 '인재(人災)'다. 교육부의 불통 행정으로 애먼 교사·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급기야 교사들은 나이스 전면 중단까지 요구하는 상태다.
교육 당국은 교원단체 우려에도 성적 처리 등이 몰린 시기에 개편이 이뤄진 배경을 설명해야 한다. 또한, 이번 사태 수습을 일선 학교에 떠넘기지 말고 시스템 안정화와 보안 강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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