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가 구멍 뚫기에 한창이다. 미세 공정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칩을 쌓아야 하는데, 효율과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배선을 없애고 직접 연결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물론 D램과 시스템 반도체 등에서도 중요성이 높아졌다.
6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맥쿼리 아시아 컨퍼런스에서 TSV에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TSV는 칩을 쌓아 구멍을 뚫어 연결하는 방법으로, 배선을 없애 두께를 줄이면서 속도도 대폭 높일 수 있다.
반도체 업계가 불황으로 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유지만 하는 상황, 삼성전자가 TSV에 투자를 결정한 것은 빠르게 성장하는 HBM 시장을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TSV로 구멍을 뚫어 붙인 제품이다. 용량이 클 뿐 아니라 속도도 빨라 인공지능(AI) 컴퓨팅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미세공정에서는 '초격차'를 유지하면서도 HBM에서는 다소 뒤쳐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받아왔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 12단 HBM3를 개발하고 엔비디아 등 업체에도 공급을 본격화한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HBM3를 출시하지 않았기 때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 시장 점유율도 40%로 SK하이닉스(50%)에 뒤쳐졌다.
삼성전자는 경계현 사장까지 나서서 굳건한 HBM 경쟁력을 강조했다. 경 사장은 5일 임직원과 '위톡'을 열고 HBM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는다며 트렌드포스 발표에 반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TSV 기술 중요성을 일찌감치 확인하고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2010년 40나노급에서도 8Gb 3D DDR3 RDIMM 개발을 시작으로 꾸준히 적용 범위를 늘려왔으며, 2017년부터는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사업장을 패키지 공장으로 전환했다. 올 초에는 이재용 회장이 직접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중요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TSV는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2030' 목표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HBM뿐 아니라 CPU와 GPU 등 로직까지 묶는 'H-CUBE'에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출범한 어드밴스드 패키징 (AVP)사업부 강문수 팀장이 올 초 삼성전자 뉴스룸 기고문을 통해 핵심 과제로 꼽았을 정도다. 카메라 이미지 센서(CIS)에도 삼성전자는 TSV를 이용해 성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미 낸드플래시에서는 구멍을 얼마나 잘 뚫는지가 기술력을 좌우해왔다. 낸드는 셀을 높이 쌓는 것뿐 아니라 전극을 연결하는 구멍을 얼마나 정교하고 정확하게 뚫는지에 따라 적층수가 달라진다. 삼성전자가 경쟁사보다 50% 이상 높은 176단까지 싱글스택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도 구멍을 뚫는 '에칭' 기술력 덕분이었다.
업계에서는 TSV와 에칭 등 구멍을 뚫는 공정에서 오랜 개발을 통해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HBM 경쟁에서도 잠시 뒤쳐지긴 했지만 다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기대도 여기에서 나온다.
HBM을 처음 개발한 SK하이닉스는 미래 반도체에도 활용될 기술을 발 빠르게 도입하며 주도권을 지키려는 모습이다. HBM3에 액체 형태 보호제를 활용하는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적용하며 내구도 문제를 극복한 것.
특히 MR-MUF는 구멍을 뚫는 대신 웨이퍼를 붙이는 '하이브리드 본딩'을 위한 발판 기술로도 알려져있다. HBM뿐 아니라 차세대 D램 개발 기술을 숙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반도체가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되고 있지만, 어떻게 발전할지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면서도 "TSV 등 패키징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기술 개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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