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물가 단속에 식품업계가 가격을 소폭 인하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안정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역대급 장마와 폭염으로 채소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오히려 물가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식품업계, 줄줄이 가격 인하
지난달 국제적 밀 값 하락으로 인한 정부의 라면값 인하 권고 이후 식품업체들은 잇따라 제품 가격을 내리고 있다. 농심은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했고, 삼양식품은 순차적으로 12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4.7% 내리기로 했다. 오뚜기는 라면회사 중 가장 많은 15개 라면 가격을 평균 5% 인하했다.
라면에 이어 제과업계도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롯데웰푸드는 과자 3종의 가격을 100원씩 내렸고, SPC는 식빵, 바게트 등 빵 30종의 가격을 평균 5% 인하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도 단팥빵, 크림빵 등 15종의 제품 가격을 평균 5.2%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밀가루 외 다른 원·부재료 가격상승 및 생산과 유통 전반 부대비용 상승으로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물가 안정에 적극 동참하고자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여기에 매일유업이 내달 1일부터 컵커피 제품 가격을 인하한다고 발표하면서 유업계도 가격 인하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매일유업은 컵커피 제품 14종의 가격을 8월 1일부로 100~200원 씩 내린다. 관계자는 "최근 국제 원두 가격이 안정화하면서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격 인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물가 안정 체감도 낮아
식품업계가 제품 가격을 인하하며 물가 안정에 동참하고는 있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서치 전문 기업 리얼리서치코리아가 6월 28일부터 7월 4일까지 대한민국 성인남녀 4205명을 대상으로 라면 제품 가격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대다수인 71.0%가 라면 제품 가격 인상에 대한 체감도에 대해 '많이 올랐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체감도가 낮은 이유로는 주력 상품을 제외한 일부 제품 가격만 내렸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오뚜기는 전체 라면 매출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진라면'은 제외했으며, 삼양식품은 12개 라면 가격을 인하한 가운데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포함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라면의 경우 이미 대형마트 5입 번들 기준 가격이 경쟁사 라면보다 저렴한 가격에 책정되어 있는데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불닭볶음면은 해외 가격과 국내 가격이 연동돼 있어 국내 가격을 낮추면 전체 매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라면업계는 밀가루 가격이 5% 가량 낮아진 것 외에 제조원가에 포함되는 원재료나 인건비, 에너지 비용 등은 일체 줄지 않았다며 최대한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을 조정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가 인상 요인 여전…전문가 "정부 개입 옳지 않아"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업을 압박해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과 소비자에게 결정권을 맡겨야 한다"며 "원재료와 인건비, 공공요금 등 제반비용이 모두 올랐는데 판매가격을 내리라는 것은 기업에게 수익을 내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 가격을 내리더라도 기업이 실적을 내기 위해 나중에 가격을 더 올리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으로 농산물 작황에 피해가 갈 거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또 다시 물가 상승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전날 기준 가락시장 주요 품목별 가격 동향에 따르면 7월 평균 주요 여름 채소·과일의 가격이 지난달 대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상추(4kg)는 108% 오른 4만4939원, 적상추(4kg)는 119% 오른 4만4555원이다. 특등급 시금치(4kg)는 지난달보다 124% 올라 4만6572원이고, 쌈배추(1kg)는 128% 오른 1만6048원이다. 수박 한 통(7kg)은 지난달보다 22% 오른 2만1952원이고, 복숭아 백도(4kg)는 15% 오른 2만2653원이다. 집중호우가 지속되면 농작물 가격이 앞으로 더 치솟을 수 있다. 또 원재료인 농산물의 물가가 상승하면 외식 물가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식품 기업들을 상대로 가격 인상을 억제해온 정부가 외식 물가를 어떻게 잡을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개별 품목이나 기업을 상대로 가격 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장 경제 흐름에 맡기면서 통화 정책과 금리 등 근본적인 틀에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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