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작동하고 있다. 최근의 부동산 시장은 여타 다른 재화의 시장과 마찬가지로 경제학 교과서의 이론을 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시기다. 이는 집이 필요한 사람은 사고, 필요 없는 사람은 파는, 그 간단하고 합리적인 행위가 지난 수년간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서울 지역에서 집값이 반등하는 현상과 함께 매매 매물이 30% 넘게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이 제공하는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6174건으로 6개월 전의 5만1163건보다 1만5011건(29.3%)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주택 소유자들이 몇 년전 집값이 급등하던 시기에 마치 상승세가 끝없이 지속될 것처럼 대출도 소비도 늘리는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누렸던 것과는 반대로, 지금은 집값이 조금이라도 올랐을 때 처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2~3년 전에 비해 지금의 금리가 높기도 하고 양도를 가로막던 일부 세제가 조금이나마 완화된 영향도 있다.
또 한 가지 원인은 최근의 역전세난으로 인해 집주인들이 목돈을 들여 전세금을 돌려주거나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보다는, 기존 세입자의 계약 만료 시기에 맞추어 실거주가 가능한 매물로써 내놓는 경우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다주택자도 주택 수요자도 장기적인 집값 상승에 대해 보다 냉정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현상이다.
어떤 재화나 자산이라도 값이 떨어지면 사고, 오르면 팔아서 다른 곳에 충당하는 것이 경제활동의 기본인데, 그 동안 주택의 근본가치에 의해 설명되지 않는 심리적·집단적 요인이 부동산 시장의 불완전성과 맞물려서 가격을 결정해 왔던 것이다.
집값이 일부 상승하는 현상이 매수자 입장에서는 꼭 불리하기만 한 국면은 아니다. 매물이 늘어났다는 것은 공급이 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은 가격의 등락을 떠나 매수자의 선택의 폭이 차츰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지역별로 높든 낮든 집값이 본연의 가치를 찾아가고 있는 과정으로도 보인다.
공급이 늘어도 수요가 이를 초과하지 않으면 가격이 오르지 않는 것이 시장이론이다. 반대로 수요가 일정해도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지난 수년간의 부동산 시장은 수요 공급 곡선의 범위를 벗어나는 가격 왜곡이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가격 상승은 절대적인 신규 공급량이 부족한 측면도 있었지만 기존 주택의 거래량 감소의 이유가 컸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주택소유자의 막연한 기대감에 의한 것만은 아니었다. 추가적인 집값상승을 기대하지 않던 상당수의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기가 어려웠던 거래환경도 그 원인 중 하나였다.
부동산 시장은 그 특성상 안정된 수급과 합리적 거래를 항상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적절한 공공의 개입을 필요로 한다. 즉 정보와 자본 비대칭으로 독과점현상이 벌어지거나,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과정에서 환경, 미관, 안전, 공공성에 있어 외부효과가 발생하면, 이를 적절히 조절하기 위해 정부는 시장의 안전한 거래를 유도하고 그 용도를 제한, 촉진하거나 공공재를 공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때로는 그러한 개입이 적절한 수준을 넘어서서 거래 자체에 직접 관여하기도 한다. 거래량이 줄어드는 것은 어떠한 신규 공급계획보다도 중요한 공급요소인 주택소유자의 매도가 멈추게 된다는 뜻이다.
부동산은 빵을 굽고 그것을 먹어 없애듯이 소멸시키는 재화가 아니다. 다주택자가 시장 상황에 따라서 한계효용을 체감하게 되면 그가 가진 집은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효용이 된다. 값이 오르든 내리든 집은 거기 그대로 있다. 그것이 필요하면 사고, 필요 없으면 파는 당연한 시장 논리가 회복된다면 역전세도 세금 폭탄도 그리고 무주택자의 상대적 박탈감도 한결 누그러질 것이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 컨설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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