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으로 이전되는 '뉴 스페이스' 시대의 행정을 지원하기 위한 윤석열 정부의 '우주항공청 설립'이 국회에서 여야 간 샅바 싸움에 공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우주항공청을 만들어 관련 산업이 밀집한 경남 사천에 이를 유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윤 대통령 당선 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1월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을 출범하고 지난 4월 4일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을 의결했다.
특별법에 따르면, 우주항공청은 과기정통부의 외청으로 설립되며 범부처의 우주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국무회의 의결 다음날인 4월 5일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일개 부처의 외청이 한국판 나사(NASA·미국항공우주국)이 되나"라며 반발했다. 야당 측 과방위 간사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대통령으로 하고 우주전략본부 설치를 골자로 하는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 등 관련 법을 발의하며 특별법 심사가 장기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 장제원 "상임위 직 걸겠다", 조승래 "사퇴 쇼 하지마"
정부의 특별법이 국회에 지난 4월 6일 제출되고 특별법 심사는 지연됐다. 소관 상임위인 과방위에 제출 후 50일이 지난 5월24일에 상정됐으며, KBS 수신료 분리 징수·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3법 등 다른 쟁점 현안들로 여야의 정쟁이 이어지고, 과방위의 파행 등 항공우주청의 연내 출범은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5일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 대회'에 참석해 "우주항공청 설치법이 지난 4월 국회 제출 이후 야당의 협조가 되지 않아 많이 안타깝다"며 국회를 압박했다.
7월에 들어서도 과방위 파행이 이어지며 특별법 처리가 요원하자 장제원 과방위원장은 지난 23일 "8월 내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통과 시켜준다면 민주당이 원했던 과방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조승래 의원은 "장 위원장은 사퇴 쇼로 세간의 비웃음을 사더니 막장쇼를 반복하고 있다. 더 이상 민폐 끼치지 말고 사퇴하시길 촉구한다"고 맞섰다.
한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진두지휘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노동조합은 "우주전담부처는 각 정부부처를 총괄·조정하는 범부처 총괄 민군통합 조직으로 설계돼야 하고, 당연히 정부 우주정책을 종합하고 기획할 수 있는 행정수도(세종시)에 위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사천-대전 지역 신경전, 총선용?
일각에선, 총선을 앞두고 우주항공청 설립과 관련해 지역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우주항공청이 들어서면 배후 지역의 경제적 유발효과가 창출될 수 있다. 경남 사천에 우주항공청이 들어서게 되면 배후지역인 부산과 경남에, 대전에 들어설 경우 충청과 세종 등지에 일자리가 생기고 인력이 몰려든 다는 것이다.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는 부산 사상구, 조승래 의원의 지역구는 대전 유성구다. 사천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중심으로 발전한 항공우주 산업을 기반으로 사천을 세계적 우주산업 허브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남 김해을을 지역구를 둔 김정호 민주당 의원도 사천에 우주항공청을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전시는 우주항공청이 사천에 유치될 경우, 대전 소재 항공우주연구원이나 한국천문연구원의 인력이 유출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 결국 안건조정위원회 회부
결국 장제원 위원장은 지난 26일 우주항공청 설립 특별법의 싶도 깊은 논의를 위한 야당의 안건조정위원회(안조위) 구성 신청을 받아들였다. 장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이제 우주항공청 신설에 대한 모든 책임은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법안을 통과시킬 현실적 힘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이 책임을 지고 통과시켜 주길 바란다"며 민주당의 신속한 법안 심사를 촉구했다.
반면,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안조위 회부를 요청한 것은 이 문제가 장 위원장에 의해서 과방위 운영과 연계돼 정쟁화되는 것을 차단하고 법안이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안조위원장 직을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조승래 의원을 위원장으로 인선하려는 반면, 국민의힘은 5선 중진인 변재일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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