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가운데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본격 추진하면서 시중은행의 과점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금산분리 규제로 지방은행 가운데 가장 자산규모가 큰 부산은행의 경우 시중은행 전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5일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가 금융산업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보고 전국적 점포망을 갖춘 지방은행에게 시중은행 전환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 및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인가받으려면 자본금과 지배구조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자본금 요건은 6개 지방은행(부산·경남·전북·광주·대구·제주) 모두 충족하고 있으나 지배구조 요건을 충족하는 곳은 사실상 대구은행 뿐이다.
은행법 제8조(은행업의 인가)를 보면 금융위 인가를 받아 은행업을 경영하려는 자는 1000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확보해야 한다. 다만 지방은행의 경우 필요한 자본금은 250억원으로 시중은행 인가에 필요한 금액의 4분의 1 수준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지방은행의 자본금은 부산은행 9774억원, 대구은행 6806억원, 전북은행 4616억원, 경남은행 4321억원, 광주은행 2566억원, 제주은행 1606억원 등으로 모두 요건을 만족한다.
문제는 지배구조 조건이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은행법은 산업자본의 시중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최대 4%로 제한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DGB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민연금과 OK저축은행이 DGB금융지주 지분을 각각 9.92%, 8.00% 보유하고 있어 은행법상 시중은행이 될 수 있다. 제주은행도 신한금융지주가 대주주로 있어 지분 요건을 충족하지만. 신한금융이 시중은행을 운영하는 만큼 전환 검토는 하지 않는다.
반면 나머지 4개 지방은행은 현재로선 금산분리 규제 때문에 시중은행 전환이 불가능하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지분을 100% 가지고 있는 BNK금융지주는 롯데그룹이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부산롯데호텔이 2.76%, 롯데쇼핑이 2.62%, 롯데장학재단이 1.76%, 롯데홀딩스가 1.44%, 광윤사가 0.85%, 롯데칠성음료가 0.66%, 패밀리가 0.58%, 호텔롯데가 0.47%를 각각 보유함으로써 총지분율은 11.14%로 지분 한도(4%)를 훌쩍 넘는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경우 JB금융지주가 100%의 지분을 보유 중이지만, JB금융지주의 최대 주주 역시 산업자본인 삼양사로 14.14%의 지분을 보유했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려면 삼양사가 지분을 10% 이상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규제 뿐만 아니라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실익이 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시중은행의 벽을 깨기 위해 수도권 등으로 영업망을 확대한다고 해도, 시중은행과의 체급차이로 인해 영업망을 넓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대구은행의 국내 지점은 147개로 국민(776개)·신한(620개)·하나(542개)·우리은행(674개) 등의 절반도 안되는 규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산분리 규제 요건이 완화되지 않으면 앞으로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지방은행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규제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과점체제를 뒤흔들 뚜렷한 지원책이 있지 않은 이상 새로운 '메기'가 나올지 미지수다.
한편, 금융당국은 금산분리 규제완화 방안을 3분기 중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산업 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규제와 함께 금융회사의 비금융회사 지분보유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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