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재앙'이 현실화했지만, 노동 현장의 대책은 여전히 허술하다. 체감기온이 40도를 넘나드는 달하는 날씨에도 전국 유통가의 물류센터와 창고 뒤편에서는 노동자들이 더운 바람이 나오는 선풍기에 의지해 고객을 위해 일하고 있다.
3일 기상청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와 주의보를 발효하고 야외활동 자제를 권고했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기상청 기준 33도에서 38도 수준에 달했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까지 기상청은 단 8일을 제외하고 매일 폭염 특보를 발효 중이다.
그러나 물류센터 등 현장 분위기는 특보가 없는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폭염특보가 발효된다고 해서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업무에서 케파(CAPA) 조정이나 추가 인력고용 등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를 위한 법과 제도 자제가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의 한 유통사 풀필먼트 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 강모씨는 "휴식시간이 주어지지만 시간 단위로 해야 하는 업무들을 마치기 위해서는 쉴 수 없다. 한 명이 쉬면 10명의 일이 밀린다"며 "당연히 몸을 쓰는 일인 만큼 덥지 않아도 땀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작업 도중 건강상 문제를 호소하면, 잠시 휴식을 취하기는 하지만 동료들에 업무가 가중되는 만큼 일할 수 있는 상태가 될 때까지 충분히 쉴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과 현장의 목소리는 고용환경 개선과 노동시간 단축, 법 제도 마련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한다. 지난해 8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따라 규칙 566조가 개정돼 폭염시기 휴게시간 지급 가이드라인이 세분화됐지만 사용자와 노동자 간 협의를 통해 정하게끔 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주장이다.
의무사항이 있어도 기상조건에 영향을 많이 받는 물류센터 등에서는 일용직·계약직 근로자들이 많으나 대체로 정직원을 중심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가 마련돼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일일 안전보건 교육 등 작업 시 반드시 지켜야 할 안전보건 수칙을 전달해야 하지만 사실상 생략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의 고시와 권고는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현장 사정'으로 사업장에서 지켜지지 않는다"며 "폭염 시 노동자에게 작업 중지권을 부여하고 폭염 취약사업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등 폭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폭염 특보와 관련해 노동자 건강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하는지 정부가 감시할 법과 제도 자체가 없다"며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관 등을 현장에 보내 더위 속 안전대책을 확인해야 하지만 관련 법이 없다. 제도 마련히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과 제도 자체가 없는 현실 속에서 그나마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는 '노동조합 구성과 감시'를 들었다. 이 교수는 "현재로서는 노동조합의 감시만이 현실성 있는 상황"이라며 "노조가 없으면 근로자 노사협의를 내세워 사망사고를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늦었지만 대책 마련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일 일정 온도 이상 폭염이 지속될 때 노동자들이 반드시 휴게 시간을 갖도록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폭염은 여름철 중대 재해"라며 "자연 재해가 사회적 재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할 책무가 국회에 있다. 산안법 개정안을 8월 안에 처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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