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투자, 국내 증권사 선순위 위치 불리
중소형사보다 대형사들의 리스크가 높게 예상돼
미국오피스공실률·금리변동성 등 우려 요인 존재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 부실 우려가 구체화되고 있다. 중소형사보다 대형사들의 위험도가 높게 평가되는 가운데,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리스크 요인은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적어도 내년까지 실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
8일 유안타증권은 해외 대체투자 부실에 따라 자기자본 대비 해외부동산 투자 비중이 높은 대형사들의 실적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선순위 채권자들의 자금 회수를 촉발하게 한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라며 "이는 향후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이 장기간 반영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대체투자가 집중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국내 증권사들이 주로 중순위, 후순위 채권을 매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선순위 위치에 비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만약 국내 증권사보다 선순위 채권자가 자금 회수 절차에 돌입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손실을 감당해야한다. 그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국내 PF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형 증권사들은 해외 대체투자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증권사 28곳의 해외 부동산 투자 잔액은 13조7000억 원(부동산펀드·리츠 실질 평가금액 기준)으로 자기자본의 약 18%에 해당한다. 자기자본 규모 대비 해외 부동산금융 관련 익스포저 부담을 살펴보면 대형사는 21%, 중소형사는 10% 수준이어서 대형사들의 위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신평은 "자본력 및 해외 딜 소싱에 있어 상대적 우위에 있는 대형사의 양적 부담이 크다"며 "다만, 해외 부동산금융 익스포저가 큰 일부 대형 증권사를 제외하면 대체로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부담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해외 대체투자 부실 우려 요인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대형사들의 실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를 넘기더라도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이 남아 있기 때문에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선적으로 코로나 이후 주요 선진국의 하이브리드 근무환경(재택근무 활성화)이 보편화되면서 기업들의 임차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문제를 짚을 수 있다. 증권사의 해외부동산 투자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전체 해외부동산 익스포저의 약 48%가 미국이고, 영국을 포함한 유럽의 비중이 약 33%선이다. 한신평은 미국 오피스 공실률은 2019년 12월 말 13.4%에서 올해 6월 말 20.6%까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동산 가치하락을 초래하는 금리변동위험성도 확대됐기 때문에 해외부동산 익스포저 부실 위험이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만기가 돌아오는 일부 물량에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만기가 돌아오지 않더라도 하반기 부동산 공정가치평가에서 시세가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당장은 큰 영향이 없지만 손실 규모가 누적되면서 증권사들의 이익 규모가 줄고, 일부 상품에서는 환매 요청이 나올 수 있다"며 "또한, 대형사들이 막심한 규모의 피해를 입는다고 하면 자금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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