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복권된지 1년이 됐다. 삼성 혁신 시계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재판이 남은 탓에 제약이 적지 않다는 우려도 남아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독일 뮌헨을 방문했다.
◆ 진용 갖춘 미래 사업
다음달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참여하는 모터쇼인 IAA 2023 준비 상황을 둘러보고, 전장 사업을 위한 현지 파트너들을 방문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이 지난해 광복절 특사로 경영에 복귀한 후 삼성전자 전장 사업은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2018년 전장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고 나서도 육성 작업이 지지부진했지만, 이 회장이 직접 나서면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굵직한 만남만 3차례다. BMW 올리버 집세 회장과 페라리 존 엘칸 회장이 방한해 이 회장을 만났다.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콕핏 등 수주 계약도 함께다. 미국 출장 중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만나 경쟁사에 뺏길 뻔 했던 차세대 자율주행 칩을 다시 수주할 수 있었던 것도 이 회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로 평가받는다. 그 밖에도 이 회장은 글로벌 출장 중 전장 사업을 위해 'JY네트워크'를 가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장 제품도 비로소 진용을 갖췄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인포테인먼트용 SoC(통합칩)인 엑시노스 오토는 물론, 자동차용 LPDDR5 D램과 UFS 3.1 SSD까지 내놓으며 풀라인업을 완성했다. 차세대 IT용 OLED 양산을 시작하며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공략 준비도 마쳤다. 삼성SDI는 지난 6월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생산하며 업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전장 사업뿐이 아니다. 이 회장 복귀 후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사업에서 모처럼 '초격차'를 자랑하며 미래 먹거리 육성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경쟁사들과 기술 격차를 벌리는 가운데, 파운드리 사업도 다양한 신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며 '반도체 비전 2030' 달성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어드밴스드 패키지 사업부(AVP)를 신설하고 생태계 강화를 약속했으며, DX부문 미래기술사무국을 신설하며 완전히 새로운 시장 발굴도 시작했다.
◆ 다시 시작한 투자
삼성이 다시 달릴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멈췄던 투자 시계를 다시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복권 직후 경기도 화성캠퍼스에 차세대 R&D 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5년간 20조원 투자 계획을 밝히며 초격차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 들어 심각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업계서 유일하게 투자를 줄이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이 회장 의지로 추정된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미국 테일러시 신 공장은 물론 평택 캠퍼스 증설도 계획대로 이어가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까지 준비하고 있다. 메모리 초격차를 확대하고 파운드리 1위인 TSMC를 앞서는 기술력을 확보하며 점유율 역전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장이 복권 직후 밝혔던 '지속적인 투자' 계획을 지킨 것. 이어서 이 회장은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약속도 충실하게 이행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장 취임 후 첫 행보로 협력사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방법으로 협력사 지원 확대에 나섰다. 전국 사업장에 10년간 60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첨단 산업 거점으로 삼겠다는 계획도 시작했다. 대구와 광주 등 지역에 C랩 아웃사이드를 새로 설치하며 지방 스타트업 육성에도 팔을 걷어 붙혔다.
◆ 사법리스크 여전히 발목
그러나 여전히 삼성이 활력을 되찾지는 못했다는 비판도 남아있다. 이 회장이 경영에 개입하기 보다는 출장과 외부 영업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으로, 공식 활동에도 소극적인 탓에 여전히 위축됐다는 지적이다. 1년여간 파격적인 발탁 인사와 영입, 수시 인사와 조직 개편이 이어지기는 했지만, 기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실제로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한 직원이 올린 글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임직원 소통행사가 열렸는데 모두가 사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는 내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활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도전하기보다는 무사안일주의가 강해진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이 회장이 아직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과 관련해서는 재판을 마무리했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지시한 혐의로는 아직 법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러 요인으로 재판이 지연되면서 4년이나 지났다. 올해 말에는 1심 결과가 나올 전망이지만, 엘리엇이 제기한 ISDS에 대한 취소소송 등 연관된 사건이 많아 쉽게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이 때문에 등기 이사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 스스로도 외부 활동에 제약을 느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이 외부 활동에 나서야 한다는 기대감에 언팩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찌라시'까지 돌 정도지만, 이 회장은 여전히 사법리스크에 대한 부담감이 큰 탓에 운신의 폭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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