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서 가운데 절기에 관하여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는 것은 '고려사(高麗史)'인데"입추는 7월의 절기이다. 괘(卦)는 리(離) 구사(九四)이다. 초후(初候)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차후(次候)에 흰 이슬이 내린다. 말후(末候)에 쓰르라미[寒蟬]가 운다."라고 서술했다. 절기의 서술 계절의 변화를 설명함에 이렇게 실질적일 수가 없다. 그런데 태풍은 정작 입추를 지나서 다가오곤 한다. 여름내 데워졌던 공기가 힘을 모아 차고 올라오는 것이니 해가 정중앙에 오는 정오보다 한두 시간 지난 오후 한 두시쯤이 제일 더운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입추를 주역의 괘로 풀 때 '리(離) 구사(九四)'로 정의한 것에 잠시 주목해 본다. 주역 해석에 "구사효는 사람들이 거기에 붙지 않으니 모두 곤궁에 처한 것이다."라고 한 것을 보게 되는데 예전에 필자가 스승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을 때 그때는 주역 자체가 너무 어려워 이 소리가 무슨 소린지 자세한 뜻을 묻지도 못했었다. 그런데 입추라는 절기가 가진 속성에 비추어 볼 때 가을에 들어섰다 하나 아직 가을이 아니고 여름의 기운이 농후하게 익어 있다.
정오보다 오후 두세 시가 더 더운 것처럼 입추가 지나도 아직 여름을 잊지 말라는 뜻이고 곧 공기가 더워져 태풍이 오면 애써 키운 농작물이 상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입추가 지나고 나서도 비가 닷새 이상 계속되면 조정이나 각 고을에서는 비를 멎게 해달라는 기청제(祈晴祭)를 올렸다는 기록도 있다. 농작물을 키우지 않는다 하더라도 계절의 에너지는 인간사에 두루 영향을 미친다. 어느 때나 주역의 교훈은 좋다고 들뜨지 말고 어렵다고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그 영향 속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얘기다, 이번 칠석에 가져보는 하나의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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