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이토, 제프 하우 지음/이지연 옮김/민음사
'새로움의 충격'이란 말은 더이상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인쇄기부터 망원경, 증기 기관차, 자동차, 에어컨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들썩일 만한 것들이 등장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사용된 표현이기 때문이다. 책은 기술이 사회 전체로서 우리의 이해 능력을 앞지르고 있다고 진단한다. 로봇이 로봇을 만드는 세상. 머지 않아 금융 공황을 초래할 컴퓨터 바이러스가 나타날지, 유전공학이 암을 뿌리 뽑는 대신 값싼 대량 살상 무기가 될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저자들은 "변화는 이미 지난 세기말 어디쯤에선가 인류를 추월했다"고 이야기하며 현시대를 '비대칭성', '복잡성', '불확실성'의 상황으로 정의한다. 책은 이러한 혼돈에 대처할 방안으로 ▲권위보다 창발 ▲푸시보다 풀 전략 ▲지도보다 나침반 ▲안전보다 리스크 ▲순종보다 불복종 ▲이론보다 실제 ▲능력보다 다양성 ▲견고함보다 회복력 ▲대상보다 시스템이라는 9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이중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은 순종보다 불복종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한 부분이었다. 듀폰사에 근무했던 하버드 출신의 젊은 유기 화학자 월리스 흄 캐러더스는 '연구 효율성'을 강조하는 상사의 지시를 한 귀로 흘려듣고 평소 자신이 관심을 가져 왔던 폴리머(고분자) 연구에 집중한다. 결국 캐러더스는 최초로 상업적 성공을 거둔 합성 고분자인 '나일론'을 만들어낸다. 나일론 스타킹은 출시일에 80만개가 넘게 팔리는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며 그의 이름을 역사에 남긴다.
1920년대 초 3M의 연구원이었던 딕 드루는 회사의 대표 제품인 사포가 아닌 새로운 종류의 테이프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는 자동차 정비공들이 테이프를 욕하는 소리에서 영감을 얻어 마스킹 테이프 개발에 매진한다. 당시 정비공들은 차체를 두가지 색으로 칠할 때 차의 일부를 가리기 위해 테이프를 썼는데 종종 이것을 떼는 과정에서 페인트까지 함께 벗겨졌던 것이다. 3M 회장인 윌리엄 맥나이트는 드루에게 그만두고 하던 일로 돌아가라고 명령한다. 그는 굴하지 않고 마스킹 테이프 개발에 매달려 '스카치테이프'로 잘 알려진 투명한 셀로판테이프를 탄생시키고 3M의 사업 방향을 영원히 바꿔 놓는다.
캐러더스와 드루의 공통점은 상사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고 원하는 연구에 열정을 쏟았다는 점이다. 책은 "돌파구를 만들어 내는 것은 허락을 구하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유"라며 "티모시 리리가 말한 것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권위에 도전하라'"고 강조한다. 이어 "시키는 대로 해서 노벨상을 탄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시민들의 불복종이 없었다면 미국의 시민운동은 없었을 것이고, 비폭력주의자였지만 확고한 불복종 운동을 펼쳤던 간디와 그의 추종자들이 없었다면 인도는 독립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328쪽. 1만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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