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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전기/전자

[M커버스토리] '점입가경' 미중 반도체 전쟁, 누가 살아남을까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반도체 산업이 얼어붙었다. 기록적인 시장 침체가 마무리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기술 경쟁은 지지부진, 저마다 투자마저도 줄이기 바쁜 모습이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전방 산업 회복이 더뎌지는 상황, 미중무역분쟁 장기화로 출구도 막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양국간 '몽니'에 공급망 재편 작업마저도 가로막혔다.

 

◆ 중국에 꽉 막힌 M&A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인텔은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파운드리인 '타워 세미컨덕터' 인수 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타워 세미컨덕터는 자동차와 산업용 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일본 등 전세계 각국에 생산 설비를 운영하며 폭넓은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인텔은 팻 겔싱어 CEO 직후 파운드리 사업을 육성하는 이른바 'IDM 2.0'을 선언하면서 야심차게 타워 세미컨덕터 인수를 추진해왔다. 전세계에 레거시 생산 기지를 새로 확보함은 물론 까다로운 파운드리 시장에 어렵지 않게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전략으로 평가받았다.

 

인텔이 5000억원에 가까운 위약금을 지불하면서까지 타워 세미컨덕터 인수를 포기한 이유는 중국 정부가 거래를 승인하지 않으면서다. 반도체 등 중요한 분야에서 기업 결합시 이해 당사국에서 독점 가능성을 판단하는데, 중국은 인텔이 타워 세미컨덕터를 인수하면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독점을 우려한 것이 아닌, '몽니'를 부린 것으로 보고 있다. 타워 세미컨덕터 점유율이 1% 대에 불과한데다가, 기술적으로도 인텔이 크게 이득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NXP는 전장 반도체를 폴크스바겐 MEB 플랫폼 등 글로벌 주요 자동차사에 공급하고 있다. /NXP

중국이 반도체 업계 M&A에 훼방을 놓은 것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반도체 굴기를 시작하면서부터 미국 등 경쟁국 반도체 업계 M&A 시도에 연신 찬물을 들이 부은 바 있다.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현 키옥시아가 매각될 때부터 조짐이 보였다. 도시바가 베인캐피탈을 중심으로한 한미일 연합 자본에 매각을 합의했지만, 중국만이 승인을 계속 지연하면서 우려를 키웠다.

 

퀄컴이 2018년 네덜란드 NXP 인수를 포기한 것도 중국 때문이었다. NXP가 전장 반도체에서 점유율이 높긴 했지만 '절대 강자'가 없는 시장 특성상 퀄컴이 인수를 통해 독점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그럼에도 중국은 끝내 인수를 불허했고, 퀄컴은 2조원을 훌쩍 넘는 위약금만 날리게 됐다.

 

미중무역분쟁이 본격화한 이후에는 더 노골적으로 훼방을 놓았다.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2021년 일본 고쿠사이일렉트릭을 인수하려다가 중국에서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포기하게 됐다. 2019년 처음 인수를 결정한 후 2년만에 포기했다. 마찬가지로 독점 가능성은 희박했지만,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규제한 데 대한 보복성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었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다. 첫 협상 후 1년을 넘어서야 중국에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그마저도 6개 요구 조건을 내걸어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했다.

 

엔비디아는 Arm 인수를 선언한 후 다양한 사업 시너지를 제시했지만, 인수 불발로 실현하지 못했다 /엔비디아

◆ 반도체 전쟁 장기화

 

중국만이 예민한 것은 아니다. 미중무역분쟁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반도체 산업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 미국과 유럽(EU), 일본 등 주요 국가들도 반도체 업계 결합과 투자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마찬가지다.

 

최근 엔비디아가 ARM 인수에 실패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엔비디아는 대표적인 모바일 IP 설계 기업인 Arm을 인수하려다 각국 승인을 받지 못해 결국 포기했다. 브로드컴이 VM웨어를 인수하려는 작업도 승인 문제로 1년이 넘게 지났다. 최종적으로 승인 가능성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첨단 산업을 추진하는 기업 결합에 대한 정부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M&A를 하지 못하는 데에도 이런 이유가 크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자동차 반도체 업체나 패키징 등 다양한 업체를 인수할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여전히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글로벌 기업을 인수하려고 해도 반독점 승인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워낙 높은 탓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앞으로도 한참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 정부는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한층 높일 계획이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와 IT 업계 CEO들까지 모여 우려를 표했지만 소용 없었다.

 

YMTC 사업장. /YMTC

최근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산업계는 미국 정부가 5세대 더 늦춰질 때까지 규제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당장 중국 매체들은 현지 장비 기업인 SMEE가 올해 말 28나노 수준 DUV 노광 장비를 양산해 공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는 가능성이 희박해보이지만, 미국이 수출 규제를 확대하면 오히려 중국이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다는 비판에 힘을 실어주고 중국 반도체 굴기에 대한 의지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모습이다.

 

낸드플래시 부문에서는 이미 중국이 최선단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도 있다. 중국 YMTC가 '엑스태킹' 방식으로 200단대 낸드 양산에 성공한데 따른 것. 아직 비용과 두께 모두 높아서 경쟁력이 낮긴 하지만, 정부 지원이 막대한 데다가 현지 생태계가 안정화하면 시장 점유율을 대거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세계 최선단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건 시간 문제"라며 "미국이 무역 규제로 반도체 굴기를 막기는 사실상 어렵고, 그 시기를 얼마나 지연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HBM3 D램 /SK하이닉스

◆ 누가 살아남을까

 

반도체 업계가 '빅딜'을 추진하지 못하면 공급망 재편 작업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최근 전세계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재편하는 상황,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필수적인 M&A가 막히면 더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시장이 예전처럼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보이는 것. 중국은 반도체 시장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코로나19 봉쇄를 해제한지 반년이 지나고 있는데도 좀처럼 수요를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중국 경제 위기설까지 나온다. 현지 부동산 업체가 도산 위기, 수출과 소비도 연달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청년 실업률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

그나마 챗GPT로 촉발된 인공지능(AI) 열풍이 시장에 모처럼 활기를 불어넣긴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판매량이 여전히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라는 전언,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투자 수준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낸드플래시가 좀처럼 업턴을 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서버 업계가 HBM과 AI 칩에 투자를 집중하는 대신, 중요성이 적은 낸드 투자를 줄이면서 수요도 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미세 공정 한계도 투자 위축에 큰 영향을 끼쳤다. 종전까지는 미세 공정으로 기술 경쟁을 벌일 수 있었지만, 이제는 패키징이나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로 경쟁이 확대하면서 무조건적인 투자가 의미를 잃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업계는 앞다퉈 투자 계획을 조정하는 분위기다. TSMC와 인텔,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올 들어 투자를 대폭 축소하고 구조조정까지 추진하면서 허리를 죄고 있다. 올해말이면 끝날 것이라던 반도체 시장 침체가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인텔이 파워비아를 적용해 만든 테스트칩

삼성전자에게는 기회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계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굳건한 투자 계획을 지속하는 모습이다. 올 초 컨퍼런스콜을 통해 예년 수준 투자 계획을 밝힌 상황, 대규모 적자 속에서도 상반기 25조3000억원 규모 시설 투자를 단행했다. 평택캠퍼스는 물론, 미국 테일러시 신공장 등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 있다.

 

초격차도 다시 확보하는 분위기다. D램에서는 세계에서는 처음으로 12나노급을 양산했으며, 수나노급 D램 진입 가능성도 확보하며 3D D램을 준비하는 경쟁사와 다른 기술력을 뽐냈다. 특히 파운드리에서는 2나노와 3나노에서 경쟁사인 TSMC 수율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며 수주전에서도 잇딴 승전보를 울리고 있다. 게이트올어라운드(GAA)에 이어 인텔의 파워비아, 후면전력공급(BSPDN) 기술의 선제적인 상용화까지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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