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가 없네?". 2015년 8월 개봉돼 1341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베테랑'에서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안하무인 재벌 3세 유아인(조태오 역)이 내뱉는 유명한 대사다. 이 영화에서 유아인은 "맷돌 손잡이가 뭔지 알아요? 어이라고 해요. 맷돌을 돌리다가 손잡이가 빠져 그럼 일을 못하죠? 그걸 어이가 없어 해야 할 일을 못한다는 뜻이에요. 내가 지금 그래 '어이가 없네?' "
맞는 말일까?. 궁궐 추녀 마루에는 잡상들이 늘어서 있다. 맨 앞이 삼장법사, 그 뒤로 손오공, 저팔계 순이다. '서유기' 등장 인물과 토속신을 화재와 귀신을 쫓는 상징으로 삼은 건데, '어처구니'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궁궐 낙성식을 앞두고 잡상을 올리지 않은 것을 발견한 사람들이 '어이가 없네'라고 말했다고 한다. 유아인의 말은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아무튼 국어사전에서 '어처구니가 없다', '어이가 없다'라는 말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 일어나거나 생각도 못한 황당한 실수를 경험할 때 쓰는 표현으로 쓰인다.
하루가 멀다고 '어처구니 없는' 은행 비위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A은행에서는 이 모 투자금융부장이 2007년부터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맡으면서 56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21일 체포됐다. 2016~2017년 이모씨는 부실화된 PF대출에서 수시 상환된 대출 원리금을 가족 명의 계좌에 이체하는 방식으로 77억9000만원을 가로챘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PF 시행사의 자금 인출 요청서를 위조해 은행이 취급하던 PF대출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양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지난 달까지 금융사 임직원이 벌인 횡령 사고는 11개 회사 33건으로, 횡령액은 592억7300만원에 달했다. 이는 우리은행 직원이 697억원 횡령으로 역대 최대 규모(1100억원)를 기록했던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셈이다,
허술한 내부통제시스템에 따른 금융 사고는 횡령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B은행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하다 적발되는 사건도 있었다. B은행 증권대행 업무 직원들은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업무 과정에서 61개 상장사의 무상증자 규모와 일정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취득해 본인과 가족 명의로 해당 종목 주식을 샀다. 이후 시장에서 무상증자 공시로 주가가 오르면 매도하는 방식으로 66억원 규모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C은행 직원들은 고객이 실제로 영업점에서 작성한 D증권사 계좌 개설 신청서를 복사한 후 이를 수정해 E증권사 계좌를 임의로 개설하는 데 활용했다. 이는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문서 위조 등에 해당할 수 있다.
금감원은 최근 13개 금융사에 대한 검사에서 총 122억 6000만 달러 규모의 이상 외환 송금 거래를 적발했다. 국내 금융권이 불법 자금의 가상자산 투기 거래를 통한 환치기 통로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높은 연봉에다 매년 '보너스 잔치'에 '명퇴 로또 잔치'까지 벌이는 은행들이 직원들 비위 사건을 막지 못하면 누가 믿고 돈을 맡길 수 있겠는가. 금융의 생명은 신뢰다. 단 1원조차 안전하다는 믿음에 예금하고, 투자한다. 뉴욕, 런던, 아시아의 홍콩·싱가포르 같은 글로벌 금융허브에서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툭하면 터지는 모럴헤저드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금융사 스스로 뼈를 깎는 반성과 노력으로 자정 기능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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