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긴 터널을 빠져나온 소상공인들 시름이 줄지 않고 있다.
엔데믹이 오면 일부에서 예상했던 '보복소비'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맞물리면서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그만큼 소비자를 대상으로 장사하는 소상공인들 주머니에 들어갈 돈은 많지 않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전기료까지 치솟으면서 7~8월 내내 에어컨을 돌릴 수 밖에 없었던 소상공인들은 전기요금 영수증 받아들기도 겁이 난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걱정은 빚이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이 진 빚은 순수하게 먹고 살기위해서였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상반기에 내놓은 '소상공인 금융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소상공인 1430명 가운데 97.4%가 '부채가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9명은 사업자금 조달을 위해 돈을 빌렸다. 또 89.7%는 이자를 갚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상공인 대출 잔액은 올해 1·4분기 현재 1033조7000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의 684조9000억원보다 50.9%나 늘었다.
한은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이 낮고 신용도가 떨어지는 취약차주의 대출이 늘고, 상대적으로 이자가 높은 비은행권에서 증가한 점 등을 들어 자영업자(소상공인) 부채의 전반적인 질이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소상공인 대출이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가늠할 수 있는 첫번째 분기점은 9월이다.
코로나19 와중에 시행한 대출 상환유예가 9월 말 끝나기 때문이다.
소상공인들은 유예가 끝나 상환이 본격화되면 빚을 갚기위해 또다시 빚을 내는 악순환이 연출되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상공인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 대출 상환 유예 조치를 '만기연장'에 준해 추가 연장해주는 등 보다 적극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장의 절실한 목소리와 달리 정부는 느긋한 모습이다.
상환유예의 경우 대출 은행 등과 협의해 2028년 9월까지 최대 60개월까지 분할상환이 가능하다는 이유를 들면서다. 부실이 한꺼번에 터질 가능성도 없다는 게 정부의 전반적인 판단이다.
돌다리도 두드리면서 가야한다. 더군다나 지금과 같이 국내외 경제 곳곳에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을 땐 더욱 그렇다. 돌다리로 보였던 것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은은 지난 24일 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벌써 5차례 연속 동결이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에 기준금리를 다시 올리면서 한국과의 금리 차이는 최대 2%로 벌어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격차보다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미국이 금리를 더 올린다(올리겠다)면 우리도 따라갈 수 밖에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거시를 위해 금리를 또 인상하면 미시를 구성하는 소상공인의 아우성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숲이 아닌 나무를 봐야하는 것은 이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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