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육사)가 일제강점기 독립전쟁에 나섰던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독립군 양성기관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이회영 선생의 교정 앞 흉상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이를 두고 윤석열 정부의 '전 정부 지우기' 움직임이 육사까지 뻗쳤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육사 "자유민주주의·한미동맹 환경 조성"
육군사관학교는 지난 25일 흉상 이전 방안에 대해 "생도들이 학습하는 건물 중앙현관 앞에 설치된 독립군·광복군 영웅 흉상은 위치의 적절성, 국난극복의 역사가 특정시기에 국한되는 문제 등에 대한 논란이 있다"고 설명했다.
육사는 "육사 교내에는 자유민주주의 수호 및 한미동맹의 가치와 의의를 체감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덧붙였다. 독립기념관에 이들의 흉상을 이전할 수 있냐고 문의도 한 상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8년 삼일절을 맞아 흉상 제막식을 열고 독립운동가들을 기렸다. 흉상은 대한민국 군 장병이 훈련으로 사용한 실탄 탄피 300㎏으로 제작했다.
당시 육군은 "독립군은 총과 실탄도 제대로 못 갖추고 싸웠지만, 이들의 희생으로 탄생한 군은 무장을 완비하고 나라를 지키고 있음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흉상 제막시엔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참석한 바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홍범도 장군의 공산주의 전력을 지적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북한을 대상으로 전쟁 억제를 하고 전시에 이기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곳에서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느냐는 문제가 제기됐다"고 밝혔다.
홍범도 장군은 1927년 10월 소련공산당에 입당하고 1937년 스탈린의 '민족 강제 집단 이주' 정책으로 현재의 카자흐스탄에서 생을 마감했다. 다만,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등은 홍 장군이 한국독립군 부대에 큰 피해를 입힌 '자유시 참변'에 가담했다며 흉상 제작에 의문을 표한 바 있다.
◆박정희 정부도 건국훈장 추서
국방부 장관은 특정 독립운동가의 공산주의 경력을 문제 삼았지만, 강력한 반공정책을 실시했던 고(故) 박정희 정부는 1962년 홍 장군의 업적을 인정하고 2등급장인 '대통령장'을 추서했다.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선 2021년 8월 홍 장군의 유해 봉환을 계기로 건국훈장을 1등급 높여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박정희 정부는 1962년 김좌진 장군에게도 독립전쟁의 공을 기려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임시정부의 광복군 총사령관이었던 지청천 장군(대통령장), 초대 국방부 장관이었던 이범석 장군(대통령장),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이회영 선생(독립장)도 마찬가지였다.
◆野뿐 아니라 여당 소속 정치인도 반발
여야 정치인과 광복회 등은 흉상 이전 검토 소식에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7일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참 할일도 없다. 역사논쟁,이념논쟁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 씌워 퇴출 시키려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라고 표현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 25일 SNS를 통해 "그렇게 할거면 홍 장군에 대한 서훈을 폐지하고 하는게 맞지 않겠나"라며 "박정희 대통령이 1963년에 추서한 건국훈장 말이다. 국가가 수여한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운동가를 누가 어떤 잣대로 평가해서 개별적인 망신을 줄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광복회도 지난 25일 성명문을 내고 "이번 독립유공자 흉상 철거 시도가 최근 일련의 독립운동 역사를 폄훼하는 반헌법적 행태와 무관하지 않은 일로 보고 있으며, 개탄스럽고 매우 우려되는 '독립운동 흔적지우기'로 인식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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