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려우면 매운 음식이 잘 팔린다'는 식품업계의 오랜 공식에 맞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최근 맵고 자극적인 맛을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다.
이에 라면 업계가 매운맛 라면을 앞다퉈 출시하면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먼저 '불닭볶음면'으로 잘알려진 삼양식품은 신규 매운 국물라면 브랜드 '맵탱'을 론칭했다.
'스파이시 펜타곤' 지표도 개발해 맵탱 제품 패키지에 적용했다. 스파이시 펜타곤은 맵탱 제품에서 느낄 수 있는 매운맛 종류와 강도를 한 눈에 보기 쉽게 그래프로 도식화한 것으로, 소비자들이 취향과 상황에 맞게 매운맛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화끈함, 칼칼함, 깔끔함, 알싸함, 은은함 다섯 가지로 매운맛을 세분화한 것이 특징이다. 맵탱은 삼양식품의 새로운 매운라면 경쟁력을 구축할 차세대 주력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불닭신드롬'에 이어 새로운 매운맛 트렌드의 지평을 열고, 더 나아가 볶음면 외 매운 국물라면 시장에서도 선도적 입지를 굳히겠다는 포부다.
매운맛의 원조격인 불닭볶음면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7월 중순 기준 누적 판매량은 50억개를 돌파했으며 현재까지 매출액만 약 3조원에 달한다.
농심은 이달 기존 '신라면'보다 2배 더 매운 '신라면 더 레드'를 출시했다.
신라면 더 레드는 스코빌지수가 7500SHU로 기존 신라면 3400SHU의 2배가 넘으며, 농심에서 판매하는 라면 중 가장 매운 제품인 '앵그리 너구리'(6080SHU)보다도 높다. 청양고추의 양을 늘려 매운맛의 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후첨양념분말에 신라면 고유의 감칠맛과 잘 어울리는 청양고추, 후추, 마늘, 양파 등 향신 재료를 넣어 색다른 매운맛을 구현했다. 표고버섯과 청경채 등 건더기 스프의 양도 기존 신라면보다 2배 이상 늘렸다.
농심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의 매운맛에 대한 기준이 높아진 점을 고려해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뚜기도 기존 매운 라면 '열라면'에 마늘과 후추맛을 강화한 '마열라면'(5013SHU)을 출시하며 매운맛 열풍에 동참했다.
실제로 매운맛 식품의 판매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GS25에 따르면, 자사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매운맛 식품은 최근 3년 간 매년 증가했다. 2021년에 117개였던 '매운맛 제품'은 지난해 142개, 올해 181개로 늘었다. 지난 2개월(6~7월) 판매한 해당 상품들의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8.1% 늘었다.
세븐일레븐의 몇가지 제품을 살펴봐도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 1월에 출시한 '불닭콘마요참치삼각김밥'은 출시 일주일 만에 전체 삼각김밥 판매 순위 베스트 3위 안에 들었으며, 2분기 매출이 1분기 대비 30% 상승하면서 삼각김밥 라인의 스테디셀러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비슷한 시기 출시된 세븐일레븐의 '매운실비김치' 역시 김치 상품 베스트 3위 안에 랭킹 되면서 소위 경기가 어려워지면 매운 음식을 더 찾는다는 업계의 정설을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황에는 현실이 만족스럽지 못한 데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도 커진다"며 "순간을 잊기 위해 매운 음식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면 외에도 매운맛은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남양유업은 치즈에 매운맛을 결합한 '드빈치 불닭치즈 슬라이스'를 출시했으며 오리온은 '꼬북칩 매운맛'과 '포카칩 맥스 레드스파이시'를 선보이며 매운맛 스낵 라인업을 강화했다.
분식 프랜차이즈 스쿨푸드의 경우 특제 마라 양념으로 완성한 '마라떡볶이'와 '마라 까르보나라 파스타 떡볶이'로 매운맛 열풍을 이어간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맵고 자극적인 맛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캡사이신 성분이 엔도르핀을 분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매운맛 챌린지 트렌드가 SNS상에 형성되면서 식품회사가 앞다퉈 매운맛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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