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0년 만기 주담대가 '한정판 대출'로 급부상했다. 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한 규제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히자 금융소비자들이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폭 쏠리고 있는 것.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0년 만기 주담대 잔액은 지난 24일 기준 2조88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달에만 5대 은행에서 2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가계대출 주범으로 지목하며 규제안을 발표하겠다고 나서자, 금융소비자들 사이에 불안 심리가 퍼지며 가입자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50년 만기 주담대에 '연령 제한'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한 지난 13일부터 24일까지 8영업일 동안에만 5대 은행에서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1조872억원이나 불었다.
금융당국이 한정된 물량만을 판매해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를 높이는 '헝커 마케팅'을 이끌어낸 셈이다.
실제 기자의 지인도 "50년 만기 주담대가 뭐냐, 주변에서 조만간 막히기 전에 가입해야 한다고 했다"며 "가입하지 않으면 뒤쳐지는 분위기"라고 했다.
여기에 은행권은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당초 50년만기 주담대 취급은 정부 당국의 기조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대출 규제 완화 공약에 따라 검토됐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가계대출 정상화방안 안에 50년 초장기 정책모기지 도입 내용을 포함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최근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올 초 은행권에서 가장 처음으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내놓은 Sh수협은행은 24일부터 만 34세 이하로 상품 이용 가능 연령을 제한했고 카카오뱅크도 25일부터 '만 34세 이하' 규제를 적용했다. DGB대구은행도 이달 중 같은 연령 제한을 도입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과 BNK경남은행은 이달 말 중 상품 판매를 중단할 예정이다.
이처럼 은행권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에는 다양한 경제적 요인이 있음에도 이를 사전에 검토하지 않고 위기가 거론되면 은행탓으로 내몬다. 물론 경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의 현황 파악이 우선일 수 있다. 다만, 금융당국의 역할에 대해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입맛에 맞는 금융정책을 내세우는 것이 아닌, 시장위기를 방지하는 '경제 책사'의 역할이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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