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정부청사 앞 광장. 교사 3만여명이 검은옷을 입고 모여들었다. 이후 4주간 매주 토요일, 교사들은 한 뜻으로 국회 앞에 섰다. 학부모 괴롭힘에 생을 마감한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서다.
2011년 대학생 등록금 반값 요구, 2014년 세월호 참사, 2016년 박근혜·최순실 사태 등 역사적으로 강력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시민들은 거리로 나왔다. 집회가 비폭력적이면서도 강력한 시민운동 역할을 해 온 셈이다.
고(故) 서이초 교사의 '49재'에는 대규모 추모 집회를 계획했다. 전국 교사들은 내달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집단 연가 파업을 추진했다. 일부 교사들은 연가나 병가를 활용해 우회 파업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하지만 교육부가 제동을 걸었다. 교육부는 재량휴업이나 파업에 동참한 교사에 대해 최대 파면·해임 징계는 물론 이를 허락한 해당 교육감을 형법상 직권남용으로 형사고발까지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엄중 대응'에 주최 측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9·4 49재 서이초 추모 국회 집회' 운영팀은 지난 27일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을 통해 "집회를 전면 취소하고 운영팀은 해체한 뒤 하나의 점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교사들의 추모 집회는 명분이 있다. 집회의 자유는 민주정치 토대이자 개인의 의사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권이라는 게 헌법재판소 판례다. 특히 교권의 추락은 사회적 문제로,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사항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제재하는 건 '집회' 자체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교육부는 해당일에 학교가 재량휴업을 하거나 교사들이 단체로 파업을 예정하는 데 따른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7조에 따라 학교임시휴업은 매 학년도 시작 전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해야하기 때문이다. 교원의 연가도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에 따라 수업 및 교육활동을 고려해 사용해야 하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수업일을 제외해 사용해야 한다.
'공교육 멈춤의 날'이라는 슬로건은 잠시 접고 집회를 '퇴근 후'로 바꾸는 건 어떨까. '교권회복'이라는 교사들의 염원과 의지도 모을 수 있고, 휴업 후 집회 시 우려되는 '돌봄 공백' '학습권 보호' 등의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부, 교육공동체를 비롯한 국민은 교사의 간절한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한다. 공교육을 멈추지 않고도 진정한 추모의 의미를 새기고 공교육을 다시 세우는 날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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