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알터 지음/홍지수 옮김/부키
현대인들은 모두 '행위 중독'이라는 만성 질병을 앓고 있다. 과거에는 담배, 알코올,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마약 정도가 중독될 만한 대상이었다면, 오늘날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이메일, 온라인 쇼핑 등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려운 유혹의 덫이 도처에 깔려 있다.
행위 중독의 A to Z를 다룬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은 인문서가 아닌 호러 논픽션 같다. 가장 무서운 점은 책에 나온 이야기가 소설이 아닌 현재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는 것이다. 테크놀로지 전문가들이 화면 너머에서 사용자의 자제력을 허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마치 마약상이 더 많은 마약을 팔기 위해 약에 중독되지 않은 사람들의 팔에 강제로 헤로인 주삿바늘을 꽂는 것처럼 보인다.
책은 사람들이 행위 중독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게임 디자이너들은 캐릭터가 특정한 박스 위로 이동할 때 반짝이는 빛을 표출하거나 아이템을 획득하면 신 나는 효과음을 내보내는 등의 자잘한 피드백으로 게이머들이 게임에 꽂히게 만든다. 불이 들어오게 하려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주르륵 훑는 아이처럼 게이머들도 자신의 행위가 어떤 효과를 낳는다고 느끼면 동기 부여가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초심자의 행운'을 맛본 게이머들도 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사람들이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에 몰두하는 이유는 게임에 내장된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정교한 보상 사이클 때문이다. 게임사는 초반엔 유저에게 신속하게 보상을 제공하고 이후엔 보상을 주는 시간을 늘려 사람들이 온종일 게임을 하게 만든다. 초보 게이머들이 얻는 '운'은 인위적으로 조작된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백화점이나 마트는 크리스마스가 포함된 연말 대목에 '낚아서 후리기' 기법으로 우리를 쇼핑 중독에 빠뜨린다. 쇼핑몰은 "재고가 바닥날 때까지 1000만원짜리 TV를 9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는 홍보 문구를 띄우고 실제로는 한대만 가판대에 내놓는다. 오픈런을 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선 사람들은 4시간 전부터 추위에 덜덜 떨며 기다린 게 허탈해 그다음으로 저렴한 400만원짜리 TV를 손에 쥐고 돌아간다.
자잘한 미결 상태에서 오는 희열은 충동구매를 부추긴다. 2007년 문을 연 온라인 쇼핑 사이트 길트는 깜짝 세일을 하는 방식으로 순식간에 600만명의 회원을 끌어모은다. 예고 없이 할인 행사를 하기 때문에 회원들은 끊임없이 화면을 새로고침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미세한 미결 상태를 겪는다. 이제 사람들은 사이트에 새로운 상품의 할인 판매를 알리는 '딩동'하는 소리가 울릴 때마다 만사를 제쳐 두고 앱에 접속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책은 우리가 왜 행위 중독에 빠지는지, 거기에서 벗어날 방법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420쪽.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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