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과 엔데믹, 완전히 달라진 곳이 있다. 서울 중구 소공동과 명동 일대 이른바 '명동거리'다.
팬데믹 3년, 명동은 아포칼립스 영화의 배경 같았다. 하늘길이 닫히자 명동은 순식간에 유령도시가 됐다. 제일 먼저 마스크팩 점포들이 문을 닫더니 곧 중심가 글로벌 브랜드 매장도 문을 닫았다. 수 년 자리 지킨 명동의 대표 가게들도 못 버텼다. 빈 점포가 늘면서 외곽은 을씨년스러워졌다. 명동에서 10여 분 걸으면 나오는 을지로는 그 사이 '힙지로'로 떠올라 코로나19 무서운 줄 몰랐는데 명동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명동은 엔데믹을 맞자, 정확히는 방한 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늘자 살아났다. 사막에서 몇 년간 비 오길 기다린 씨앗이 밤사이 내린 비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듯 순식간에 활기를 찾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고 사태니 뭐니 하며 명동은 제법 한산했는데 지금은 밤 11시에도 명동을 오가는 전세계 각국 관광객들로 시끄럽다. 쿠시먼드앤드웨이크필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명동의 공실률은 42.8%에 달했지만 올 1분기 공실률은 25%까지 떨어졌다. 1분기만에 17.4%p 줄어든 만큼 2분기에는 10% 미만이 전망 된다. 명실상부 관광의 메카다.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온 명동이지만 유통업계는 명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직 안정세가 아니라는 것. 한국을 찾는 가장 '큰손'인 중국인 관광객들 '유커'는 명동을 떠났다. 지난달 중국의 단체관광이 허용되면서 명동 일대는 마침내 귀환한 '큰손'의 은총이 가득할 거란 기대가 가득했다. 큰손들은 명동이 아닌 '성수동'으로 향했다. BC카드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2019년 8월 셋째 주)과 비교해 서울 성수동의 외국인 카드 매출은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 첫주에 908%, 다음 주는 1315%까지 치솟았다. 반면 명동은 허용 첫주 37%, 그 다음 주 45% 느는 데에 그쳤다.
명동의 위기는 지금이 아닐까? 외국인만 계속 들어온다면 명동은 마치 영원할 것만 같다. 한국인들은 명동을 찾지 않는다. 명동을 가도 다른 쇼핑 번화가 일대와 다른 점을 알 수가 없다. 다른 지역 보다 외국인은 많지만 요즘 시대에 외국인을 보기 위해 명동을 가는 한국인이 몇이나 될까. 한국인이 찾지 않는 한국 거리를 찾는 외국인. 그런데 그마저도 슬슬 떠나려는 듯 하다. 그런 데도 명동은 팬데믹 전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외국인이 떠나면 바로 무너져 내리는 그때로 돌아가고 있다.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