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A은행에서 발생한 700억원 규모의 횡령사고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에 걸쳐 이뤄졌다. 최근 B은행에서 발생한 500억원 횡령사고 또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6년간 이뤄진 것으로 나타나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수 년 동안 진행된 횡령을 은행 내부에서 누구도 감지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내부통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고, 감사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사고를 인지하지 못한 1차 책임은 경영진의 내부통제 허술이다. 경영진은 기업의 위험을 평가하고 관리할 책임이 있다. 또 회사의 회계감사, 리스크관리, 준법감시에 대한 역할을 하는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못한 결과다.
◆ 형식적 감사 비중↑
금융회사 감사위원회의 대부분은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기업은 3인 이상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두어야 한다. 상법에는 이 중 사외이사가 3분의 2 이상이어야 하고, 감사위원회의 대표는 사외이사가 맡도록 하고 있지만 감사위원 전원이 사외이사인 경우도 적지 않다. 회사로 출근하는 상근감사가 없어 해당 회사의 리스크관리 자체가 쉽지 않은 구도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 은행 등 11개 은행을 살펴본 결과 이들 감사위원회 모두 3분의 2 이상이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었다. 그 중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은 감사위원회 구성원을 모두 사외이사로 채웠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주 입김에 따라 상임감사를 선임하거나 연임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일 것"이라며 "사외이사로만 구성될 경우 내부 영향은 더 받기 어려워 독립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외이사라는 직책은 회사에 상근하지 않고 1년간 4회 이상의 이사회에 출석해 회의만 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대다수다. 회사에 출석해 감사위원회를 개최하더라도 사내 감사조직이 올린 보고서를 열람하고 승인하는 것 외에 재무제표를 볼 일이 없다. 본다고 한 들 재무제표에 정확히 반영돼 있는지 확인할 뿐 제공하지 않는 기초자료와 절차를 확인하며 일일이 조사할 가능성도 낮다.
김홍기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립성 확보를 위해 사외이사로 구성하려 하지만, 이들을 선임할 때부터 지배주주의 의사가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독립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나 독일 등 유럽의 예를 참고해 독립성을 가지면서도 상근하는 감사를 도입해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감사위원회 독립성 강화해야"
업무를 집행하는 이사회 하부조직으로 직무 집행을 감사하는 감사위원회를 두는 것도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에는 업무집행을 감사하는 기관을 감사로 별도 규정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상법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기업에는 감사 대신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를 두도록 개정됐다. 회사의 업무집행은 이사회 결의로 하는데, 여기에 참석한 이사가 감사위원회에서 업무집행을 감사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보면 경남은행의 감사위원회 상임감사와 사외이사 모두 이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총희 공인회계사는 '회계감사에 대한 감사의 역할과 책임'을 통해 "감사위원들에게 독립성이 없다면 감사의 제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독립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에게 실질적인 책임이 따르지 않으면 제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감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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