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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원주민, 경제적·정신적 피해 심각

김대의 경기남부인천취재본부장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Robert Oppenheimer)는 최초로 핵무기를 개발해 당시 미국을 유일무이한 핵무기 보유국으로 만들어주었으나 간첩으로 의심받다가 공직에서 쫓겨났다. 곧 누명이 벗겨져 연구활동을 계속할 수는 있었으나 주변에서는 "이런 대우 받느니 다른 나라로 가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나는 핵무기를 개발한 한 사람으로서 핵무기가 인류에 끼칠 수 있는 해악을 예방해야 하는 공적 책임이 있기 때문에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 미국을 떠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 유명한 말로 '공적 책임'을 '빛나는 공적 가치'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적 책임은 이처럼 당연한 의무이면서도 귀한 가치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에 의하면 올해 초까지만 해도 계속된 금리 상승과 집값 하락 여파로 아파트 분양이 저조했으나, 지난 4월 무렵부터 청약경쟁율과 집값이 오름세로 바뀌면서 부동산 시장에 심상찮은 조짐이 일고 있다고 한다. 그렇잖아도 지난 7월까지 전국의 주택 착공 물량이 작년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 그쳐 앞으로 2~3년 뒤 주택공급 부족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퍼지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수도권 7개 지역에 3기 신도시를 조성 중에 있다. 이들 3기 신도시 가운데 광명·시흥 공공주택지구는 규모가 가장 크다. 여의도 면적의 4,3배에 해당하는 1,271만m²로 입주 가구 수가 7만 세대에 이른다. 특히 광명·시흥 3기 신도시는 청년주택 등을 포함한 다양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주택으로 이루어지며 개발밀도를 높이는 압축도시(Compact city)를 적용, 세계적 수준의 도시 아이디어를 접목하기 위해 국제 설계 공모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처럼 3기 신도시 가운데 최대 규모인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조성사업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정 건전성 악화로 수용 토지에 대한 보상이 2년 이상 지연되면서 당초 2027년부터 순차적으로 공급 예정이었던 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지고 사업 장기화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광명·시흥 신도시'지구를 제외한 나머지 3기 신도시 지역은 모두 토지보상을 이미 완료한 것으로 알려진다.

 

박승원 광명시장과 임병택 시흥시장은 그동안 기자 간담회 등을 통해 광명·시흥 신도시의 총사업비가 다른 신도시 사업지구에 비해 턱없이 낮게 책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토지보상 지연으로 원주민의 막대한 재산상 손실과 정신적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정당한 보상이 실현되기를 거듭 요구해오고 있다.

 

공공필요에 따라 주민 재산권을 수용해야 할 경우 주민의 재산권과 기본권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보호하고 적정한 보상을 제때에 차질 없이 실시해야 하는 것은 따로 언급할 필요조차도 없는 상식이자 당연하고 기본적인 공적 책무다.

 

정부 당국은 나아가 신도시 발표 때 약속했듯이, 신도시 내에 설치되는 생활 SOC와 교통 인프라를 원도심과 공유하고 원도심을 고려한 연계 도로망 구축을 통해 신도시와 원도심 전체가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광명·시흥 3기 신도시는 서남부권 최대 규모의 핵심 거점도시가 될 예정이다. 이 지역은 지금도 이미 안산 시흥 등 수도권 서남부에서 서울 방면으로 가는 도로 구간의 상습정체가 심각한 수준이다. 따라서 광명시 범안로 지하차도 등 서울 방면 직결도로와 안양천 횡단교량 등이 반드시 광역교통개선대책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 광명시와 시흥시의 주장이기도 하다.

 

박승원 광명시장과 임병택 시흥시장은 이 같은 신도시의 장래 교통수요가 고려되지 않은 채 교통대책 사업비가 너무 낮게 책정되었다며 교통대책 사업비 증액 등 향후 신도시 교통의 고질적인 문제가 될 서울 방면 상습정체를 해결할 수 있는 광역교통대책 수립도 아울러 정부에 거듭 요청하고 있다.

 

2022년 11월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광명·시흥 공공주택지구 지정서에 따르면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총사업비는 14조 7천억 원으로 책정되었다. 그러나 광명시와 시흥시가 다른 3기 신도시 면적에 대비해 추산한 광명·시흥지구의 적정 총사업비는 20조 원 이상이라는 계산이 도출되었다고 한다. 광명·시흥시는 이 같은 총사업비를 기준으로 20% 이상의 광역교통대책 사업비가 투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공사업은 해당 지자체와 중앙정부, 시공업체 간에 이견과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정부의 3기 신도시 조성사업은 단순한 지역개발사업이 아니다. 국가대계(國家大計) 사업이다. 정부당국은 해당지역의 여건과 사정에 보다 밝은 지자체의 의견을 가능한 한 충분히 경청해 검토하고 협의해야 한다. 그래야 놓치거나 잘못된 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불(火)의 신(神)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선물한 죄로 신들의 왕인 제우스에게 벌을 받는다. 신들만 가질 수 있는 불을 인간에게 선물한 '선한 일'을 하고도 오히려 억울하게 벌을 받은 셈이다. 제우스는 불을 갖게 된 인간의 오만을 견제하기 위해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에게 인류 최초의 여인 판도라를 보낸다. 이후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서 그 상자 속에 있던 온갖 악덕이 쏟아져 나와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고 만다.

 

3기 신도시 조성사업은 대형 국책사업이다. '선한 일'을 하고도 결과적으로 혼란을 유발시킨 판도라의 상자처럼 이 조성사업이 만에 하나라도 흠을 남긴 사업이 될지, 계획한 대로 나라와 국민에게 '선한 가치'를 선물하는 성공한 희망의 사업이 될지는 정부와 해당 지자체의 '공적 책임'이 어느 수준이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김대의 메트로신문 경기남부·인천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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