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트마케팅'이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계 오너들의 남다른 미술품 사랑이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정유경 신세계 총괄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이다.
이들은 미술품을 소장하는 걸 넘어 갤러리를 구축해 전시하거나 판매하는 등 사업적으로까지 시너지를 극대화 하고 있다. 미술품을 통해 소비자들과 소통하겠다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이 같은 행보는 고미술품을 수집했던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과 고 이건희 회장의 합작 '이건희 컬렉션'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우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미술품 사랑은 업계에서 유명하다.
예술계는 서 회장에 대해 "경영인이 되지 않았으면 미술 평론가가 됐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실제로, 지난해 서 회장은 미국 미술잡지가 선정한 '세계 200대 미술품 수집가(컬렉터)'에 선정된 바 있다. 이는 아트딜러, 경매장 전문가, 큐레이터 등 미술 관계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활동적이고 영향력 있는 컬렉터를 뽑은 결과다.
아트뉴스에 따르면 서 회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에 한국 현대 미술품 구매를 위해 5년간 연간 20만 달러를 기부했다. 아울러 2018년 용산 신사옥에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을 이전 재개관하고 소장품 5000여점을 전시했다.
서 회장의 미술품 사랑은 아버지인 서성환 선대회장때부터 시작됐다.
지금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이지만 1979년 선대 회장이 구축한 태평양박물관에서부터 시작했다. 그 영향을 받은 서 회장은 이후 조선시대 달항아리 백자대호와 고려시대 불화 수월관음도 등을 소장하면서 과거 선대회장의 예술품 사랑이 조명받기 시작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 용산사옥, 설화수 용기 모두 서 회장이 특히 아낀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 됐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을 디자인한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형상보다는 달항아리가 가진 절제된 아름다움의 본질을 건축 디자인에 담았다"고 말한 바 있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도 재계에서 유명한 현대 미술품 컬렉터로 통한다.
박 회장은 30여 년동안 근현대 미술품을 수집해왔다. 백남준, 문신, 이우환 등의 국내 작가들의 작품뿐 아니라 페르난도보테로 등 해외에서 내로라할 작가들의 작품들까지 종류만 수백가지다.
특히 박회장은 미국 팝아티스트 제프쿤스의 '리본묶는 매끄러운 달걀'을 가장 아끼는 소장품으로 꼽는다. 박회장은 강남에 위치한 하이트 사옥을 미술품으로 채웠다. 하이트를 방문한 관계자들은 흡사 갤러리같다고 말할 정도다. 뿐만 아니라 하이트가 보유하고 있는 블루헤런CC는 국내 골프장 중 가장 많은 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블루헤런 CC를 가본 관계자는 그림뿐 아니라 조각, 설치물까지 다양해 눈이 호강했다고 평가한다.
박 회장은 비싼 작품만 수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는 가능성 있는 작가를 발굴해 지원하고 투자해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그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실제, 1973년 자살한 권진규 작가와 박 회장의 인연이 앞서 배경이 된다. 박 회장은 안타깝게 자살한 권 작가를 기리기 위해 사업과 미술 문화 재단을 설립한다. 이에 청담 하이트 사옥에 하이트 컬렉션이라는 전시 공간을 만들어 권 작가의 작품을 전시했다. 또 블루헤런 CC에 권 작가를 위한 미술관도 설립했다. 박회장은 30여 년간 권 작가의 작품 20여 점을 모았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글로벌세아 사옥과 레스토랑에는 쿠사마 야요이, 장 미쉘 오토니엘, 우고 론디노네, 이우환 등 국내외 미술 거장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 사장은 예술 분야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수많은 미술품을 수집했던 어머니 이명희 신세계 명예회장에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화여대 미술학과를 나와 미국에서는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것이 이런 내용을 증명한다.
정 총괄사장은 미술품을 소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갤러리를 구축해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며 소통할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의 장으로까지 연결하고 있다.
정 총괄 사장은 신세계 화랑을 시작으로 갤러리팀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신세계 명품 본관에는 제프쿤스의 세이크리드 하트 등 거물급 작가의 작품을 설치했다.
최근에는 업계 최초로 '프리즈 서울 2023'에 공식 파트너로 참가해 라운지를 운영했다. 정 총괄 사장은 라운지의 인테리어와 구조물, 제품까지 모두 적극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세계 편집숍인 '분더샵 청담'에 신세계 갤러리를 개관하기도 했다.
아울러 대치동에 위치한 S2A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에드가 플랜스의 한국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그 외 이부진 호텔 신라 사장도 미술에 관심이 많은 여성 오너다.
이 사장은 신라호텔에 박선기 작가의 대형 샹들리에 작품을 설치해 신라만의 상징으로 구축했다.
이같은 유통업계 오너가들의 행보에 미술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에 갑자기 떠오른 건 아니다. 과거부터 오너가들은 미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었다. 이는 사회적인 가치 실현이 될 수도 있고, 기업의전략 일 수도 있다. 공통적인 건 이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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