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소년을 직접 만나게 된 건 대학 기숙사에서였다. 4학년 1학기 졸업을 앞두고 대학 생활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들어간 곳이었다. 그곳에는 만 여덟 살에 국내 최연소 대학생이 돼 세간의 주목을 받던 송유근 씨가 입학과 함께 입소했다. 다섯 살 때 곱셈하고, 일곱 살에 미적분·양자역학을 이해하는 등 중·고등학교 코스를 1년 만에 모두 뗀 IQ187의 천재 소년. 우리나라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거란 기대도 나왔다.
동문이 된 송씨는 예상대로 캠퍼스 내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우려 섞인 시선도 많았다. 해외 연구중심 유수대학이나 영재교육 코스가 아닌 4년제 일반대를 선택한 데 따른 아쉬움 섞인 시선이였다.
기숙사 축제에서 드럼을 연주하던 모습을 시작으로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 두 번의 만남 이후 결국 송씨는 대학을 자퇴했다. 부적응의 이유로. 입학 2년 만이었다.
이후 송씨의 행보는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12살이 된 송씨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한국천문연구원 석박사통합과정에 입학한 뒤 2015년 최연소 박사가 된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SCI급 저널에 게재한 논문이 표절 의혹으로 철회됐다. 박사 학위 논문 최종 심사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2018년 입대해 2020년 전역한 송유근은 이후 언론을 통해 공개된 근황은 없다.
그가 어디선가 자신만의 멋진 길을 걷고 있음은 틀림없다. 하지만 '노벨상'까지 노릴 줄 알았던 영재를 국가가 지원해 세계적 인재로 키우지 못한 데 남는 아쉬움은 숨길 수 없다.
최근 송씨를 다시 떠올린 건 정부가 내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다. 정부 전체 R&D 예산이 감소한 건 1991년 이후 처음이다. 인재가 한국에서 연구하며 역량을 펼치려면 국가의 전폭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뒷걸음질 치고 있는 셈이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은 지난 24일 한국 한 행사에 참석해 "한국 정부의 R&D 예산 삭감은 장기적으로 한국 연구계에 피해를 줄 수 있다"라며 "정부는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기초과학을 지원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정부가 과학계를 지원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결과'가 아닌 결과가 안 나와도 지원하는 끈기"라는 그들의 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