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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주말은 책과 함께] 말 놓을 용기

이성민 지음/민음사

 

한 TV 프로그램에서 미취학 아동들을 대상으로 실험 카메라를 진행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만난 친구에게 가장 먼저 꺼낸 말은 "몇 살이야?"였다. 서로의 나이를 확인한 아이들은 단박에 서열 정리를 끝냈다. 5살짜리 꼬마가 팽이를 가지고 놀던 7살 어린이에게 "니가 하고 나 줘"라고 말하자 형은 근엄한 얼굴로 "니라고 하지 마라!"고 동생을 꾸짖었다.

 

책은 한두살 나이차로도 형과 아우를 따지는 사회에서 우리는 친구와 동료를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학교에서 아이들은 같은 나이의 아이들과만 친구 관계를 형성한다. 실로 단조롭고 메마르다. 그런 아이들은 성인이 돼도 같은 나이여야 하기에 친구 찾기가 힘들다. 역시, 메마르다. 메마르기에 우리는 인간관계를 마음껏 향유하기가 구조적으로 힘든 사회에 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민주적인 사회에서 평등한 인간관계의 결핍은 불행을 가져왔고, 오랜시간 지속된 위계적인 관계 속에서 한국인들은 패배주의에 물들었다.

 

한국에 수직적인 문화가 잘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언어의 작용 때문이라고 책은 분석한다. 선후배나 형아우 호칭은 수직적이면서도 친밀성을 내포한다. 친밀성에 대한 요구가 평등주의에 대한 요구를 앞서는 한, 수직적 관계 구조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말과 생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고로 우리는 서열 중심적인 '존비어 체계(존댓말과 반말로 이뤄진 수직적인 언어 시스템)'를 탈피할 필요가 있다. 저자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건 '평어'다. 평어는 이름 호칭과 반말이 결합된 새로운 한국말이다. "성민 안녕, 기현이야" 평어를 쓰는 사람들은 만나서 인사를 할 때 고개를 아래로 숙이지 않고 손을 옆으로 흔든다.

 

한국인의 강고한 '수직적 문화'는 진정한 의미에서 '문화'가 아니라고 책은 주장한다. 문화라는 말은 보편성을 담아내기 위한 것이지 특수성을 포장하기 위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사회적 관계에 서열을 도입한 데는 문화적인 근거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거기서 우리가 발견해야 하는 건 '문화의 결핍'이다"고 말한다. 208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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