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이 52조원이나 늘었다. 회사채 금리가 오르자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싼 은행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경기침체 때문에 기업의 부실이 은행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9월말 기준 기업대출(대기업+중소기업) 잔액은 756조3309억원으로 8월말(747조4893억원)과 비교해 8조8416억원 증가했다. 은행 기업대출은 9개월 연속 증가해 지난해 12월 말(703조6747억원)보다 52조6562억원 늘었다.
기업대출이 증가한 이유는 미국의 긴축기조 장기화 가능성에 회사채 금리가 뛰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보다는 은행대출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기준 회사채 3년물(AA-) 금리는 4.796%로 한달전(4.521%) 과 비교해 0.2%포인트(p) 올랐다.
은행들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우려되자 기업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시장상황이 불안해지며 대출을 늘리는 기업이 많아졌다"며 "은행도 가계대출 축소로 줄어든 수익을 메꾸기 위해 기업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며 기업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 7월말 기준 0.41%로 한달 전과 비교해 0.04%p 올랐다. 1년전과 비교하면 0.17%p 상승했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49%로 전월 대비 0.06%p 상승했고, 개인사업자(소호)대출의 경우 같은 기간 0.04%p 오른 0.45%를 기록했다.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도 늘고 있다. 지난 8월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이 한계기업에 대출해준 금액은 31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 17조7000억원과 비교해 14조200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한계 기업은 해당연도를 포함한 3개연도의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기업을 말한다. 이자보상배율이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을 나눈 값으로 수치가 1보다 낮다면 벌어들인 돈보다 갚아야 할 이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업계 안팎에선 기업대출 부실이 은행권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경기가 악화돼 비우량 기업에 대출을 적극 내주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일부 은행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기업여신을 늘리고 있어 과열경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상황을 지켜보면서 필요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대출이 많이 증가한 부문을 중심으로 은행권의 대출태도를 중점 점검하고 있다"며 "주요 산업의 영업 환경과 재무 상황을 적시에 파악하고 신용 위험이 큰 기업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신용위험 모니터링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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