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업계 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 곡물 등 원재료 값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이하 이팔전쟁) 발발로 물류비까지 상승하면서 하반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이 가운데 정부는 가계 물가 부담을 우려해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한 상태다. 10월 인도분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87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배럴당 84~87달러 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팔전쟁 여파로 주변 중동 국가들까지 전쟁에 휘말리게 되면 유가는 더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식품업계는 물류비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 전쟁으로 운송 시스템에 차질이 생기면 운송 기간이 더 길어져 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물류비는 더 오르게 된다.
앞서 식품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2~3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값에 이어 물류비 등 각종 제반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 운영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며 "당장 가격 인상 계획은 없지만, 국제 정세가 악화되면 실적을 위해 새로운 가격 정책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외환경으로 물가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주요 식품 회사를 불러 가격 인상 자제를 부탁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한훈 농식품부 차관 주재로 CJ제일제당, 오뚜기, 농심, 롯데웰푸드, SPC, 동원F&B, 오리온, 삼양, 해태제과, 풀무원, 동서식품, 매일유업, LG생활건강, 대상, 빙그레, 샘표식품 등 16개 식품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한훈 차관은 일부 원재료 가격 상승에 편승한 부당한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식품기업에 요청했다.
대부분 기업이 정부의 기조에 따를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 설탕 가격이 오름세인데다 10월 초를 기점으로 흰우유와 가공유, 기타 유제품이 오르고 있어 지속적으로 가격을 동결하기는 쉽지 않은 여건이다.
가공식품 외에도 김장철을 앞두고 채소와 양념 재료들도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9일 기준 배추 소매가격은 한 포기에 평균 6225원으로 한 달 전 5619원보다 10.8% 올랐다. 배추 소매가는 1년 전의 5447원과 비교하면 14.3% 비싸다. 파와 생강 등의 가격도 높은 수준이다. 대파는 전날 1kg에 4054원으로, 한 달 전 3230원 보다 25.5% 올랐다. 생강은 전날 1kg에 1만6702원으로 한 달 전 2만527원 보다 떨어졌지만, 1년 전 8865원과 비교하면 88.4%오른 수준이다.
소금과 설탕 물가 상승률도 심상치 않다. 설탕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41.58로 지난해 동월보다 16.9%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9월(20.7%) 이후 1년 만의 최고치다. 설탕 물가 상승률은 올해 7월 4.0%에서 8월 13.8%로 급등한 데 이어 지난달 더 올랐다.
지난달 소금 물가 상승률은 17.3%로 지난해 8월(20.9%) 이후 1년 1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상승 폭은 지난 6월 6.5%에서 7월 7.2%, 8월 12.4%에 이어 지난달 더 커졌다. 정부는 김장재료 구입 부담 완화를 위해 이달 말 수급안정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 및 환율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공공요금 또한 인상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며 "연말 특수와 하반기 실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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