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랑 연애시절부터 LG트윈스 경기를 많이 보러 다녔다. LG트윈스가 한국시리즈에 올라갔다고 해서 예매 시작 시간에 맞춰서 남편이랑 2명이서 동시에 1~5차전 티켓팅을 했는데, 한 표도 건지지 못했다. 6~7차전도 실패했다. 남편 친구들은 한 장에 15만원짜리 암표를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구해서 어제(7일) 1차전에 다녀왔다고 하더라."( 30대 주부 최 모씨)
이른바 '매크로(단순 반복 작업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개의 명령어 키를 하나에 묶어 사용하는 것)' 프로그램을 통한 예매가 온라인에서 횡행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국회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한 부정판매를 금지하는 명시적 근거를 마련하고 벌금을 부과하지만 현장에선 계도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2023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에서 관중 순위 1위를 차지한 LG트윈스는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해 결승전인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29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LG트윈스의 호성적에 가을야구의 상징인 '유광점퍼'를 입고 야구장을 가려는 팬들로 예매 시작부터 경쟁이 치열했다.
팬들은 인터파크 웹사이트, ARS,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1인당 최대 4매까지 예매를 할 수 있었다. 1·2차전은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고 3·4차전도 서울과 가까운 수원(KT 위즈의 홈구장)에서 열려 예매 열기는 더 뜨거웠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예매가 열린 현재,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7차전까지도 장애인 좌석을 제외한 모든 좌석이 매진된 상태다.
이처럼 표를 구하기 어렵지만, 한국시리즈 티켓은 웃돈을 얹은 가격으로 중고거래사이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판매 위탁자가 아닌 사람이 정가보다 비싸게 표를 판매하면 불법이다.
실제로, 7일 오전에 한국시리즈 2차전 3루 네이비석 한 자리를 거래하는 글이 중고거래플랫폼 '당근마켓'에 올라왔는데, 정가인 4만5000원보다 3배 이상 비싼 15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많은 야구팬들은 암표상들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다수의 표를 확보했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매크로 프로그램은 로그인-부정방지 문자 입력-좌석 선택-결제 등의 예매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하게 설정해 놓기 때문에 마우스 클릭에 의존하는 일반 소비자와 예매경쟁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KBO도 고육지책으로 포스트시즌 중 암표 의심사례를 암표신고센터에 신고하면 추첨을 통해 한국시리즈 티켓 2매를 주는 행사를 진행했지만 암표 근절의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엔 역부족이다.
매크로 프로그램에 의한 피해는 야구 경기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임영웅, 블랙핑크 등 유명 가수의 공연, 대학교 인기 강좌의 수강신청까지 이미 온라인과 선착순이라는 방식이 존재하는 경쟁에선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표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공연법 개정안이 올 2월 국회를 통과했다. 법을 위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개정안은 정보통신망에 주문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입장권 등을 부정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도 추가했다.
그러나 IT 업계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이 모씨는 일반인도 충분히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이용이 쉽다고 말했다.
이 씨는 "웹 기능을 흉내내는 정도라면 누구나 웹통신과 컴퓨터공학을 조금 배워서 매크로를 만들 수 있다"며 "보안이 취약한 사이트는 며칠 안으로 짬짬히 시간내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암표를 판매한다고 해도, 티켓 정보를 추적할 수 있을만큼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면 찾아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예매한 사람의 개인 정보와 현장 발권한 사람의 신분증을 대조해보는 방법이 있는데, 신분증 대조 후에 현장에서 암표 구매자와 따로 만나서 거래해 버리면 답이 없다"고도 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처럼 티켓 리셀 시장을 활성화해 음지에 형성돼 있는 암표 시장을 양지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은 뉴욕주는 문화예술법 등에 따라 티켓을 재판매하려면 라이선스를 발급받고 2만5000달러 이상의 예치금을 둬야 한다. 환불에 대한 책임을 재판매업자에게 두는 것도 특징이다.
또한 NFT(대체불가토큰) 기술이 암표 근절을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NFT 기술을 티켓에 적용하면, 구매 정보가 블록체인에 기록되기 때문에 암표 판매나 양도가 불가능하고, 매크로 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일례로 현대카드와 모던라이엇은 NFT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콘크릿(KONKRIT)'을 개발해 현대카드의 문화 융·복합 이벤트였던 '2023 현대카드 다빈치모텔' 티켓을 전량 판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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