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는 고슴도치를 잡아먹을 생각으로 약삭빠르게 상황을 예측한다. 제 딴에는 머리를 굴려 복잡한 전략을 세워서는 고슴도치 굴을 서성거리며 때를 기다린다.
그런데 고슴도치는 이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치미를 뚝 떼고 있다. 굴 밖으로 어기적어기적 걸어나와 기다리던 여우와 맞닥트린다. 여우가 '이 때다' 싶어 고슴도치를 덮치면 잽싸게 몸을 공처럼 둥글게 말아버린다. 결국 여우는 고슴도치의 놀림감이 되어 달아나게 된다.
거대한 기업이 여우라면, 위대한 기업은 고슴도치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원저: Good to Great)의 저자인 경영학자 짐 콜린스(Jim Collins)가 선을 딱 그어 기업을 구분하는 상징이자 은유다.
그는 수십년 동안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그런 위대한 기업은 좋은 것, 거대한 것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좋고 거대한 기업들도 물론 많지만 그런 기업들은 화려했다가 자취를 감추기도 하고, 시류에 민감하게 자만심을 보이다가 시장의 냉정함에서 밀려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대한 기업은 단순하리만치 일관성을 보이는 고슴도치형 기업이다. 위대한 기업은 여우의 약삭빠름보다는 고슴도치의 무던한 사랑을 먹고 자란다.
고슴도치형 리더십은 단순함과 일관성을 말한다. 단순함은 복잡한 비즈니스 세계를 하나의 사업개념과 체계로 단순화할 수 있는 통찰을 의미한다. 일관성은 창업에서 수성까지 인재를 중시하고, 기술을 연마하며, 역경을 딛고 성공하리라는 믿음으로 경영하는 것이다. 고슴도치는 부단한 자기노력과 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연상시킨다. 여우처럼 외부에서 빼앗아오기보다는 내부에서 가치를 창출한다.
단순하다고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니다. 부산을 떨지 않지만 움직일 때를 안다. 원 포인트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고 창조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산업화 사회를 지나 다가온 지식경제와 창조사회는 통찰과 확신으로 업(業)을 창조하는 창업자의 사회다. 거대한 기업이 산업화 사회의 표상이었다면 이제는 창조기업이 시장을 이끈다.
사람이 가진 가장 위대한 자산은 바로 창조성이다. 문제는 이러한 타고난 창조성의 샘물이 마르지 않도록 샘을 평상시에 잘 관리하고 퍼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평생학습이다. 짐 콜린스의 첫 마디인 "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적이다"라는 명언은 고슴도치처럼 평생 동안 학습하라는 말이다. 그럴 때 창조의 샘물은 마르지 않는다.
요즘은 창조사회의 기반을 이루는 정보통신시장의 고슴도치형 창업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거대한 정보통신기업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의 창조기업을 말하고 있다. 지금은 작고 보잘것없지만 위대한 기업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하지만 그 길은 통찰과 확신을 가진 창업자만이 나아갈 수 있다.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은 지금껏 보지도, 듣지도 못한 무진한 정보 시장이다. 누가 새로운 규율과 표준을 만드느냐의 경쟁이다. 그야말로 창조적 경쟁이 뜨거울 것이다. 이러한 때 잘 만들어진 안내서가 있다면 가는 길이 훨씬 자신 있을 것이다. 출발할 때는 길을 밝히기 위해, 가는 길에서는 확신을 얻기 위해, 좀 멀리 갔다면 일관성을 잃지 않기 위해 평생학습이 필요할 것이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