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준의 부동산수첩] 혼란 예고하는 부동산 시장
한국 부동산 시장에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분수령이 되고 있다. 전쟁에는 돈이 필요하기 마련이고, 세계 경제가 합리적 기준을 마련한 지금은 2차대전 때처럼 돈을 찍어 낼 수가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채 가격이 떨어지면 금리는 오른다. 연준에서 금리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국채로 인해 시중의 유동성이 흡수되는 만큼 시장금리와의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우리 경제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럼에도 최근 수도권에 한정해서 집값은 반등하기 시작했다. 최근 기준금리가 올라오는 동안 국고채 금리와 주택담보대출 이자는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예측을 한다. 기준금리도 곧 인하될 거라 기대한 사람들은 다시금 빚을 내서 집을 사기 시작했다.
여기에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 효과도 겹쳐졌다. 소득에 상관없이 9억원 이하 주택에 저금리 혜택을 발표하자 무주택자인 서민들 사이에서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이야기가 돌게 된 것이다.
인센티브 정책은 저소득층을 위한 것인데 소득이 아닌 집값으로만 기준을 정했더니 중산층들이 반응했다. 거기에 1가구 2주택의 양도세 완화까지 효과를 더했다. 이제는 기준금리의 한걸음 뒤에서 국고채 금리와 주담대 이자가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청년층의 '영끌'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게다가 집값의 본격 상승이 시작되기 직전인 2010년대 중반 집을 샀던 상당수 1주택자들은 이미 열매를 맛본 만큼 더 큰 평수로 옮겨타는 것을 꿈꾼다. 전세 사기 현상으로 인해 다세대주택에 한계를 느낀 사람들은 전세든 매입이든 아파트로 시선을 돌렸다. 부동산 양극화를 경험한 지방 사람들은 경기권으로 들어오고, 경기도 주민은 서울로 들어오고자 한다. 그래서 지금은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외곽에 거주할수록, 또 청년층일수록 부동산 투자가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양한 예측들이 오간다. '지금이 내 집 마련의 적기이다', '곧 상승세가 꺾이는 때가 적기이다', '그 이후에는 주택 신규 공급물량의 부족으로 다시 오른다', '그 후에 1기 신도시 재건축이 현실화되면 다시 떨어진다.' 이러한 예측들은 얼마만큼의 의미가 있을까? 한번 사면 수십 년을 살 집 일 수도 있는데, 등락이 반복되는 시장에서 단기간의 예측이 큰 의미가 있을까? 지금의 국내외적 불안요소들이 사라지면 앞으로는 더 이상의 위험요소가 나타나지 않을 것인가?
오히려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 개발업자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있다. 주택이나 상가 개발업자들은 지난 하락기 동안에 어려워진 부실 사업장들로부터 저렴한 토지들을 사들여야 사업성을 올릴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부실업자들의 대출 기간을 연장해주고 이자도 납입 조건도 완화해 주었다. 고통스럽지만 시장의 자연적인 체질개선 작용도 있는 법인데, 이 같은 시혜성 정책은 총선 이후의 은행권 부실과 신용 경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진짜 시장을 볼 줄 아는 개발업자들은 지금의 토지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보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 신규 아파트 공급 부족으로도 이어지고 일부 지역은 집값이 반등하는 사유가 된다. 그럼에도 여력이 있는 개발업자들은 당분간은 기다릴 것이다. 주식시장으로 치자면 개미와 기관의 시각차라고도 볼 수 있다.
이 상태로는 지난 정부의 참사를 반복할 가능성도 보인다. 당시 정부는 집값 급등이 코로나 사태의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세계적 추세였다고 했다. 그러나 초반의 원인은 실제 공급계획 없이 막연히 값이 내린다는 감성적 호소로 일관한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정권 후반에 유동성 문제까지 겹쳐져서 더욱 오르자 부랴부랴 공급계획을 검토했지만 쉽지 않았다. 지금 정부는 장기적인 공급계획은 있지만 이를 수행하는 과정이 아쉽다. 공급의 핵심인 1기 신도시 특별법은 국토위 법안 심사에 상정된 이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