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스페인 마드리드 숙소 앞에는 하원 의사당이 보인다. 양원제인 스페인에서 4년 임기로 구성되는 350명의 스페인 하원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펼치는 곳이다. 이곳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숙소에 갈 때 마다 총기를 휴대한 스페인 경찰들은 목적지를 확인한다. 방송국은 야외 스튜디오를 설치하고 중계차도 진을 쳤다. 정권 연장을 위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대행이 '사면 거래'라는 승부수를 띄웠기 때문이다.
스페인사회노동자당(PSOE)는 지난 9일(현지시간) 카탈루냐(스페인의 북동부 자치주) 분리주의 정당 '카탈루냐를 위해 함께' 정당과의 협상에서 정부 구성에 대한 지지를 확보했다. 산체스 총리 대행은 지난 5월 사회노동자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7월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렀다. 조기 총선 결과, 어느 정당도 과반을 점하지 못했다. 원내 1당이자 야당인 국민당(PP)이 정부 구성을 위한 총리 인준 투표에서 과반을 점하지 못해 부결되자 산체스 총리 대행에게 기회가 넘어왔다.
산체스 총리 대행은 좌파 정당들과 분리주의 정당들의 지지를 확보해 정부 구성 인준 투표 의결정족수 확보에 나섰다. '캐스팅보터'인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당과 협상에서 합의에 이른 것은 1400명에 달하는 카탈루냐 독립운동 연루 인사의 사면이었다. 그중엔 2017년 분리독립 운동 관련 폭동을 일으킨 혐의로 기소를 앞두게 되자 벨기에 브뤼셀로 망명한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주 자치정부 수반도 있었다.
카탈루냐주는 첨단 산업과 농업 등이 발전해 스페인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할 만큼 부유하다. 푸지데몬 전 수반은 지난 2017 카탈루냐주의 독립을 선포했지만, 중앙정부가 주의회를 해산하고 자치권을 박탈해 이를 무산시킨 바 있다.
집권을 위한 '사면 거래' 소식이 알려지자, 스페인 우파 정당과 지지자들은 사회노동자당 당사가 있는 마드리드 페레즈 거리에 모여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부 스페인의 판사와 검사들은 행정부의 사면권 남용이 사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카탈루냐 독립'이라는 스페인의 오래된 사회 균열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15일과 16일 하원 의사당에서는 정부 구성 인준을 위한 토론과 표결이 있어 스페인 정국은 더 혼란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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