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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모색(摸索) 2024]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육아 친화적 사회 만들어야”…‘아빠 출산휴가’ 보편화 강조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KDI국제정책대학원 제공

"0.7명". 2023년 3분기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이다. 역대 최저치다. 독일이 통일된 직후 혼란에 빠져 있던 동독의 최저 출산율은 0.77명. 현재 대한민국은 이보다 낮은 출산율을 보인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여 년 가까이 저출산 대책을 추진하며 천문학적 재원을 투자하고 있지만, 합계출산율은 오히려 급락하고 있다.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아무리 좋은 정책들도 정확한 목표 없이 '백화점식'으로 망라해서는 기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없다"며 "청년에게 출산율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출산하라고 유도하는 '도구적 접근' 또한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최 교수는 "엄마만 출산의 주체로 여겨지는 통념도 바뀌어야 한다"라며 "'배우자 출산휴가'로 지칭되는 아빠들의 출산휴가도 그 이름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빠가 됐다고 출산휴가를 가는게 아니라, 아내가 출산했다고 휴가를 갖게 되는 형태는, 그 이름부터 남성을 부수적인 존재로 설정한 '옛날식 사고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는 생물학적 과정으로만 바라보면 여성만이 아이를 낳을 수 있지만, 아이가 태어나면서 형성되는 새로운 관계와 역할에 주목한다면 남성도 출산의 주체가 될 수 있고,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KDI국제정책대학원 제공

▲ 현재 우리나라 저출산, 고령화는 어떤 수준인가.

 

=세계사에 유례없는 수준이다. 합계출산율 '1.3명 이하'를 의미하는 초저출산 국가로 2002년부터 지금까지 기록 중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2016년부터는 다시 하락세가 시작돼 올해는 0.72 정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고령화 정도가 심각하지 않다. 가장 고령화가 많이 진행된 일본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9%다. 이탈리아가 24%, 이어 많은 유럽 국가들이 20%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이보다 낮은 17%이다. 2023년도에 우리나라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8.4%이었다. 아직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젊은 편이다. 문제는 고령화 속도이다. 해마다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1%포인트씩 늘고 있다. 10년 후에는 세계 최고 수준 고령화 국가가 될 것이다.

 

▲정권마다 출산 장려나 육아 정책을 내놨음에도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이 처음 시행된 2006년 이후 현재의 네 번째 기획에 이르기까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관련 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됐는지는 의문이다. 정확한 목표없이 각종 정책을 '백화점식'으로 망라해 왔던 게 지금까지의 모습이었다. 좋아보이는 정책을 다 모은다고 해서 효과적인 저출산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접근법에도 문제가 많았다. 1970년대 방식의 구호성 캠페인이나 도구적 접근은 낡은 방식이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니 청년들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정책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세계적으로도 출산 정책이 개인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그 흐름이 바뀐지 오래다. 결혼하고, 출산을 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그들의 실질적 선택권을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접근법이 달라져야 한다.

 

▲최근 지자체에서 출산가정에 장려금을 지급하는 정책이 속속 나오고 있다.

 

=현금성 지원 정책은 한계가 크다. 육아를 여성의 일로만 여기는 사회문화를 그대로 두고 지원금을 올려주는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난데, 이런 구조는 그대로 두고 지원금만으로 이 부담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을까? 제도개선과 지원에도 재원이 많이 필요하다. 현금성 지원보다는 더 효과적인 정책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 자원의 출산장려금에는 한가지 한계가 더 있다. 장려금을 주는 것이 해당 지역의 출산율을 단기적으로 올릴 수는 있다. 하지만 국가 전체를 두고 보면 효과가 크지 않다. 예컨대 A광역시에서 파격적인 출산지원금을 줄 경우, 해당 지역의 경계나 인접 지역에서 낳을 아이를 A광역시로 이동하여 낳을 수 있다. A광역시 출생아수 증가에는 도움이 됐지만 국가 전체 차원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은 무엇이 있을까.

 

=지금처럼 심각한 저출산 문제가 하나의 정책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 같은 저출산에서 벗어나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

 

저출산 정책은 청년세대가 부모가 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방향이 돼야 한다. 부모역량을 키우는 첫 번째 방법으로 남성들의 육아참여 확대가 있다.

 

'아빠'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돌봄을 책임지는 사람이 엄마 혼자가 아니라 아빠와 함께 둘이 돼야 한다는 것이 그 첫째 이유이다. 또 다른 이유는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이 출산이나 일을 포기하는 수준보다 크게 낮아지려면 이 문제를 엄마만의 문제로 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아빠들의 육아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출산 초기에 아빠 역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국내외 많은 연구에서 남성 육아휴직이 이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 공무원처럼 소위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을 중심으로만 사용되고 있어 한계가 있다. 육아휴직이 일부 선별적으로만 사용될 경우, 오히려 부정적 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긍정효과가 나타나려면 짧더라도 보편적인 육아휴직이 중요하다.

 

아빠라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출산 초기 3달 이내에 사용하도록 하는 '한달 출산휴가' 형태를 제안한다. 갓난 아이가 손길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할 때, 아직 산모가 자신의 몸조리도 필요할 때, 큰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의 돌봄도 절실할 때 아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 역할이 만들어지면 그것은 지속효과가 있을 것이다. 단 30일로도 사회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한달 출산휴가 급여는 기존 고용보험에서 벗어나 별도 재원으로 정부가 지급해줘야 한다. 그래야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영세자영업자도 사용할 수 있다. 저출산문제가 국가적 과제라면 개인이나 개별 기업에 책임을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야 한다. 고용보험 재원에 기반한 기존 육아휴직급여 방식으로는 소득대체율을 높이기도 어렵고, 고용보험 사각지대가 크다는 근본적인 한계도 있기 때문이다.

 

▲출산 가족이라면 조건 없이 누릴 수 있는 제도를 강조했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정책이 있다면.

 

='영유아 동반 주차권' 같은 생활 속 제도를 제안하다. 청년들이 우리 사회가 육아친화적으로 달라졌다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임산부에게 지원바우처를 제공할 때 일년 유효한 주차권도 주자. 아이를 낳아 '첫만남꾸러미'를 제공할 때 3년간 쓸 수 있는 주차권도 함께 주자. 주차면은 얼마전에 '가족배려주차장'으로 이름을 바꾼 '여성우선주차장'을 활용하면 된다. 이들 주차면은 '장애인주차구역'처럼 '영유아 동반 주차권'을 비치한 차량에만 허용하는 방식으로 관리하자. 이미 만들어져 있는 주차면을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차면 확보에 재원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일상 생활에서 아빠든 엄마든, 어린 아이와 함께 온 청년세대는 편안히 주차하면서 이들을 우리 사회가 배려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

 

▲저출산·고령화. 한국 사회 미래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건가.

 

=인구구조가 달라지면 우리 사회도 그에 맞춰 크게 변화할 수 밖에 없다. 최근 뉴욕타임즈에서 우리나라 인구감소가 흑사병으로 인구가 감소한 중세 말기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역사적으로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 있다. 흑사병으로 인구가 급감하자 이에 대한 대응은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줄어든 인구만큼 농민들의 지위를 높여주는 방식이 나타났다. 장원제가 흔들리고 자영 농민들이 나타났다. 자유로운 도시의 발달로도 연결됐다. 이는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사회로의 도약으로 이어졌다. 반대로 중세 농노제를 더 강화하는 지역도 있었다. 이런 곳들은 중세 시대가 더 길게 지속됐다. 동유럽과 서유럽의 길이 나뉘게 됐던 계기인 셈이다.

 

우리 사회가 바로 그 앞에 있다. 인구감소는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다를 수 있다. 여러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이것을 소극적으로 대처하느냐, 아니면 능동적으로, 전략을 가지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모습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최슬기 교수는…

 

최슬기 교수는 국내 대표 인구학자로 현재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남자가 출산휴가를 간다면?'이 있다. 채널 EBS1 'EBS 비즈니스 리뷰'에서 '최슬기의 이미 시작된 미래: 저출산 문제 현재와 해법' 편을 통해 대한민국 저출산의 민낯과 실질적인 대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KDI국제정책대학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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