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오른 금리는 부동산 시장도 엄습했다.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 16위인 태영건설은 3조2000억원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대형건설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것은 2013년 쌍용건설 이후 처음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금융사들도 부동산PF 자금조달을 꺼리고 있어, 자본력이 약한 건설사를 중심으로 추가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부동산 PF 연체율 3년새 14배 뛰어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증권·보험 등 전 금융기관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34조3000억원으로 2020년 말(92조5000억원)과 비교해 45% 증가했다. 부동산 PF는 금융회사가 아파트나 상가 처럼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부동산 개발 사업에 돈을 빌려주고, 수수료와 이자를 받아 수익을 올리는 금융 기법을 말한다.
업권별로 보면 여신전문금융회사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2020년 13조8000억원에서 2023년 3분기 26조원으로 가장 크게 늘었다. 은행(26.1조→44.2조)과 저축은행(6.9조→9.8조)도 같은 기간 각각 69%, 42% 증가했다.
연체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부동산 PF 대출이 가장 크게 증가한 여전사의 연체율은 4.4%로 2020년 0.3%에서 급등했다.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도 같은 기간 0.3%에서 4.2%로 치솟았다. 부동산PF 대출잔액의 65%에 달하는 은행과 보험의 연체율은 0%, 1.1%에 불과하지만 그 외 2금융권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체율이 높은) 증권사, 상호금융 등은 부동산PF 초기단계인 브릿지론에 연관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면서 본PF 대출로 넘어가지 못해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릿지론은 부동산개발 사업 착공전에 시행사가 토지매입 등을 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가 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시행사는 인허가를 받아 사업을 본격 시작하면 은행 등에서 대출(본PF)을 받아 브릿지론을 상환하는데, 사업이 좌초되면서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 태영건설 후폭풍…건설사 추가위기↑
시장에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부동산 PF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선 부동산 PF 사업장의 주요자금 조달수단인 PF-자동유동화기업어음(ABCP)의 거래가 감소할 수 있다. 앞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건설업 전반에 대한 투자 기피 심리가 강해져 자금력이 부족한 건설사를 중심으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1일 신한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12월 넷째주 PF-ABCP 거래금액은 최고 신용등급인 A1이 2조1600억원, A2이 3400억원이었다. 전달 A1이 6조1600억원, A2가 6500억원이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각각 65%, 47% 줄었다. PF-ABCP는 대부분 만기가 3개월로, 금융사의 신용보강을 통해 이뤄진다. PF-ABCP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건설사들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제2금융권과 증권사 등으로 리스크가 확산될 수 있다.
또 부실사업장을 중심으로 대주단이 구조조정을 결정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4월 부동산 PF를 막기위해 금융권을 중심으로 대주단을 구성했다. 지금까지는 PF대출을 받은 시행사나 시공사 중 일시적으로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 대주단이 만기연장, 채무조정, 신규자금 등을 지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준공이 미뤄질 경우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으로 무게가 실릴 것이란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분양률이 높아지면서 건설사들은 준공을 뒤로 미루고, 시행사들은 분양을 할 수 없어 금융사에 자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대주단협약으로 채권만기를 연장하거나 추가 자금을 수혈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자금을 갚지 못한 시행사들이 사업부지를 경·공매로 내놓으면서 구조조정이 발생하고, 금융회사의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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