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에 전 세계 경제에 영향력이 큰 미국, 인도, 대만, 러시아 등에서 굵직한 선거가 치러지는 가운데,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는 '폴리코노미(Policonomy)' 현상이 대두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폴리코노미란, 정치를 뜻하는 폴리틱스(Politics)와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다. 선거가 있는 해에 정당과 정치인들이 선심성 공약과 정책을 내놓아 오히려 국가 경제에 부담을 주는 현상이 대표적으로 나타난다.
대형 선거가 있는 해에는 폴리코노미 현상이 눈에 띄게 나타나는데, 합리성에 기반한 공약보다 각 정당의 지지층을 강화하기 위한 이념에 치우친 공약들이 생산돼 불확실성을 높이는 경향이 있다.
최근엔 미중 패권 경쟁, 코로나19 대유행, 러시아-우크라이나 침략 등이 몰고온 공급망 재편, 자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등이 자유무역주의보다 우선하면서 불확실성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친이란 예멘 반군인 후티가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가 오가는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점증하고 있다.
올해 전 세계 40억명의 시민들이 투표소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가장 관심 가는 선거는 올해 11월 열리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리턴 매치'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지원법 등 한국 대기업과 협력업체에 큰 영향을 주는 입법을 다수 처리한 만큼, 경제계는 미국 대통령선거를 주시하고 있다.
미국 대선에 현직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선언했지만, 이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공화당)의 행정부 재탈환 여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경제 불확실성을 높이는 반면, 재임 시절 역점을 둔 대북관계 개선에도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회 폭동을 선동해 반란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연방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이에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맹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 경선 초반 '풍향계'로 평가받는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 투표)와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비당원 투표 포함)가 열릴 예정이다.
지난달 아이판 포커스(IFANS FOCUS)에서 올해 미국 대선과 대외정책을 전망한 국립외교원의 민정훈 북미유럽연구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는 동북아 정책에 있어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한반도 문제를 지역 정책의 틀 안에서 유기적으로 다루고자 하고 있다"면서 "한편, 북한이 비핵화에 있어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한반도의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반복하며 북미 관계를 관리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민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래 중심적 동맹관'에 기초한, 보다 공세적인 한미 관계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 중심적인 동맹관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방위비 분담금 등 동맹 운용의 경제적 측면에 대한 정치적 수사로 다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국 견제 정책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하라는 압박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부연했다.
5월 인도에선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3연임을 노린다. 전자결제 시스템을 상용화하는 등 경제 현대화를 이끈 모디 총리의 지지율이 높은 가운데, 야당은 연합 후보를 내기 위해 분주하다.
인도는 미중패권경쟁의 수혜자로 떠오르며 세계 5위 규모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인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1월말 기준으로 아시아의 전통적인 금융허브인 홍콩증시를 제치고 세계 7위로 올라섰다. 또한, 전체 인구의 65%인 약 9억명이 만 35세 미만일 정도로 젊은 국가이기도하다. S&P글로벌은 인도가 2030년까지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 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미중 패권 경쟁 사이에 끼인 대만의 총통 선거는 이달 13일 실시된다. 대만 선거는 전통적으로 상대적으로 중국과 거리가 먼 민주진보당(민진당)과 거리가 가까운 중국국민당(국민당) 후보의 싸움이 반복됐는데, 이번 선거에선 민진당 소속으로 당선된 차이잉원 총통과 함께 부총통을 지낸 라이칭더 후보가 나서고, 국민당에선 신베이시 시장인 허우유이 후보가 대결을 펼친다.
양당 후보의 지지율이 비슷한 가운데, 중도를 표방한 커원저 대만민중당 후보도 약진하고 있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연말 발표한 신년사에서 "조국 통일은 역사적 필연"이라고 강조하면서 양안 관계(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압박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TSMC 등 첨단 산업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는 대만은 선거결과에 따라 미국과 중국 관계에 영향을 받으며 반도체 공급망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도 대선을 올해 3월 치른다. 1999년부터 러시아 최고 권력에서 장기집권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재도전을 선언한 가운데, 당선이 유력시된다. 러시아-우크유럽연합(EU)도 올해 6월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처음 유럽의회 선거를 치른다.
외신들도 올 한해 치러지는 선거에 대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패트리샤 코헨 미국 뉴욕타임스의 세계 경제 특파원은 칼럼에서 "내년엔 지속적인 군사적 갈등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전세계의 전국적 투표에 영향을 미치면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개최한 '2024년 세계경제 통상 전망 세미나'에서 발표에 나선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2024년은 '슈퍼 선거의 해'로 미국, EU 등 약 40개국이 리더십 변화를 앞두고 있으며, 러우 전쟁과 가자 지구의 긴장이 계속되고 있어 불안정한 대외 환경 속 각국의 통상정책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며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큰 틀에서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경우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De-risking)'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상 '디커플링(De-coupling)'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그 과정에서 첨단·친환경 산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주요국의 산업 정책과 보호주의는 강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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