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노조 등 7개 교수단체 반발
정부가 재정지원을 통해 대학 무학과 선발 제도 확대를 유도하면서 대학 서열화를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수험생이 학과보다 대학 간판에 따라 진학을 결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성화를 통해 지역대학을 살리겠다는 정부 계획이나 내년 전면 도입을 앞둔 '고교학점제'와도 전면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오며 '무전공' 제도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 내년 '무전공 입학제' 확대…신설·확대 수도권 대학 및 국립대 인센티브
23일 대학가에 따르면, 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학과나 전공을 선택하지 않고 입학하는 '무전공 입학제'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가 최근 마련한 정책 연구 시안에 따르면, 올해 대학혁신지원 사업비 중 30%가량을 무전공 선발을 확대하는 대학에 인센티브로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수도권 사립대 51곳과 국립대 22곳 대상으로 이뤄진다. 이에 따라 서울대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이 내년 무전공 학과 규모를 속속 확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가에서는 대학 구조조정, 대학 서열화 강화, 기초학문 고사 등의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등 7개 교수단체로 구성된 전국교수연대회의(연대회의)는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교육부는 재정 지원을 미끼로 대학에 무학과 제도를 강제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연대회의는 교육부가 무전공 선발을 늘리는 속내는 '대학 구조조정'에 있다고 일갈했다. 이날 연대회의 한 교수는 "(교육 당국은) 무학과 제도는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권을 주기 위해서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교육이 지향해야 할 공공성이 아니라 대학을 시장이 원하는 대로 구조조정 하려는 의도가 핵심"이라며 "고등교육 전반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학문 생태계를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소위 '상위권' 대학으로의 학생 쏠림이 강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대회의는 "지역대학들은 무학과 제도가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충원하는 조력책이자, 지역 대학의 미달을 방치한 후 소멸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정책이라는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 '특성화 대학''고교학점제' 등과 전면 배치
특성화를 통해 지역대학을 살리겠다던 현 정부 약속도 엇박자를 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지역 대학 관계자는 "무전공 입학제가 지역 대학에까지 확대될 경우, 특성화 학과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지역 대학은 그 강점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전공 쏠림이나 교육의 질 저하 문제도 거론된다. 지난 2009학년도에 '자유전공학부'로 본격적으로 대학에 도입되면서 나타났던 부작용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 지역 한 대학 기획처장은 "당시 법학전문대학원이 신설되고 법대가 없어지면서 동시에 그 정원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자유전공학부가 시행됐는데, 자유전공학부로 입학한 학생은 당시 인기가 많았던 상경 계열 등으로 진학하거나 되레 법전원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대학 입학 단계에서 인기 학과 쏠림으로 나타났던 현상이 입학 후 학과 선택 과정으로 옮겨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공 선택의 폭이 넓어졌지만, 원하는 전공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의 중도 이탈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예상되는 문제다. 이 처장은 "무전공 선택에 따라 대학 입학 후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는 게 아니라 결과는 오히려 인기 있는 분야에 대부분 학생이 몰릴 것"이라며 "입학 후 원하는 전공에 들어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다시 대학 입시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결국 학생이 없는 과는 소멸하게 될텐데, 특히 기초·순수 학문이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무전공 제도가 2025년 전면 시행 예정인 고교학점제와 배치된다는 의견도 있다. 인천권 대학 한 입학사정관은 "고교에서는 적성과 진로를 미리 찾자는 취지에서 고교학점제 제도가 시행되는데 대학에서는 되레 '무전공'으로 입학해 다시 적성을 찾으라는 정책을 확대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무전공 선발 확대 방안과 관련해 각 대학을 상대로 의견 수렴을 거쳐 1월 중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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