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지족지지(知足知止)
'82 대 78'. 올해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의 유력 후보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신체 나이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맞붙어 희비를 맛본 두 사람이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이 현재까지는 매우 크다. 미국 남성의 기대수명 76세를 훌쩍 넘은 사상 최고령 후보간 재대결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미 대선은 지구촌의 관심거리다.
초고령자에 대한 세간의 일반적 우려는 선거판에서 두 후보의 실언 등이 부각되면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재임중 심심찮게 실언을 해온 바이든 대통령은 그렇다 치더라도 상대적으로 강한 이미지의 트럼프 전 대통령도 며칠전 당내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상대당인 민주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으로 지칭해 구설수에 올랐다. 올해 52살인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를 향해 "80살 먹은 후보를 먼저 은퇴시키는 정당이 이번 선거를 이길 것"이라고 저격했다. 헤일리는 앞서 75세 이상 정치인들은 정신능력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며 트럼프와 바이든 두 노익장을 한꺼번에 공격했다. 노정치인의 권력욕과 명예욕이 미국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를 사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족지지(知足知止)'라는 말이 교차되는 상황이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知足不辱(지족불욕) 知止不殆(지지불태) 可以長久(가이장구)'의 문구이다. '만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오랫동안 편할 수 있다'는 경구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족함과 멈춤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 '86세대 용퇴론'이 지족지지와 오버랩된다. 지난 30여년간 진보진영의 세대교체를 이뤄내며 민주당의 주축으로 자리잡은 민주화운동 주도세력은 참여정부를 지나며 어느새 기득권 세력이 됐다. 이들은 당이 어려울 때면 번번이 용퇴론 앞에 섰지만 이내 쇄신과 개혁의 열기를 날려버리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달라 보인다. 당내 정치적 이해관계가 바탕에 깔려 있겠지만 당 안팎에서 그 이전보다 훨씬 강한 퇴진압박을 받고 있다. 과거 개혁의 주체에서 개혁의 대상이 돼 버린 모양새다. 집권여당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86그룹 청산'을 이번 선거의 중요한 이슈로 삼고 있다. 그들은 족함을 알고 더 진정성있는 쇄신의 모습을 보여줄 시점이다.
근래 경제계에서도 지족지지를 되새기게 하는 일이 빈번한다. 포스코그룹, KT&G, KT 등 주로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된 '소유분산기업'이나 금융지주회사들의 최고경영자 선임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기존 최고경영자가 연임 등의 기존 임기에 더해 추가 연임에 도전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논란은 어김없이 벌어진다. 기업 내부에서 성장해 최고경영자 자리까지 입신한 현직자가 임기중에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나름의 이권집단을 만들어 본인의 임기를 늘리려 하거나 측근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려는 행태가 이어진다. 주인없는 소유분산기업에서 '그들만의 리그'가 구축되면 경영진에 대한 견제장치는 사라지게 된다. 의사결정이 독선적으로 갈 수 있으며 '관치'와 정치권력 개입의 구실이 될 수 있다. 기업인이든 정치인이든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공정의 명제에 접근하는 한단계 발전된 관념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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