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는 등 주주환원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주가는 각사별로 다른 방향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함께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기업들의 발 빠른 변화가 주목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위한 부가 조치도 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예고하면서 기업들의 주주환원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전날 SK이노베이션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열고 지난해 회계연도에 대한 현금·현물 배당을 대신해 해당 가능 이익 범위 내의 자사주 491만9974주에 대한 소각을 결정했다고 알렸다. 이는 SK이노베이션 창립 이래 첫 자사주 소각 결정이다. 자사주 소각은 가장 확실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기업이 보유하고 있거나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해 유통 주식 수를 줄여 기존 주식의 가치를 상승시킨다. 반대로 유상증자는 주식 발행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에게 있어서 보유하고 있던 지분의 가치가 희석되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런데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은 자사주 소각과는 다소 상충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규모는 약 1조1433억원으로 유상증자금액 규모로만 따졌을 때, 지난해 3위를 기록했다. 유상증자 목적도 채무상환을 포함하고 있었을 뿐더러, 이후 주가는 현재까지 33.73%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해 실적도 영업이익 1조9039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51.4% 감소하는 반토막 성적을 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SK이노베이션은 6일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며 자사주 소각을 발표했지만 이날 4.96% 가량 떨어지면서 반등 기미를 찾지 못했다. 한 개인 투자자는 "애초에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었는데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던 게 너무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기업들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보이는 이유는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가 선두로 시작한 주주환원 풍토가 훈풍을 타기 시작하면서 산업계도 발 빠르게 주목하는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뿐만 아니라 HD현대건설기계도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한 이래 최초로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전날 총 303억원 규모의 자사주 59만2000주를 취득한 뒤 소각하는 방안을 이사회에서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더불어 기존에 취득해 뒀던 자사주 85만3697주도 오는 4월 30일에 소각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 자사주 총 144만5697주를 소각하는 것이다. 다만 HD현대건설기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572억원으로 전년 대비 50.8% 이상 오른 호실적을 기록했다.
이밖에도 삼성물산, 기아, DL이앤씨 등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삼성물산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7677억원어치(4.2%)를 소각한다고 발표했고, 다음날 주가는 7.75% 오르면서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이후 현재까지 3.42% 오르며 신고가를 다시 경신했다.
기아 역시 공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주주들의 환호를 받고 있는 종목 중 하나이다. 기아는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신규 매입한 뒤 상반기 중 50% 소각하고, 이후 경영목표를 달성할 시 나머지 50%도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는 상장사 중 가장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장 모범적인 회사로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자동차주는 현재 급등세를 보이고 있으며 기아는 이달에만 11.46% 상승했다.
다만,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상속세 완화 등의 부가적인 조치의 필요성도 언급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 국가 내 가장 높은 수준인 60%(경영권 지분)의 상속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영권에 대한 과도한 상속세율 부과로 대주주가 주식을 팔아 상속세를 납부하면서 관련 주식들이 중장기적으로 크게 하락한다"며 "일부 대기업 상장 지주회사들처럼 상속세 절감을 위해 주가에 관심을 쏟지 않으며 심지어 대주주가 의도적으로 주가하락을 유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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